"옷, 사지말고 빌려가라"… H&M의 속사정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12.05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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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한 매장서 도입… H&M 이익률 주는 등 업계 최근 변화중

/사진=H&M/사진=H&M


패스트패션 업계 대표주자인 H&M이 '의류 대여' 사업 도전을 시작했다. 역대 의류 대여업 참여업체 중 가장 큰 회사다.

H&M은 본사가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세르옐 광장 매장에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부터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번에 최대 3벌의 옷을 1주일 동안 빌릴 수 있으며, 가격은 한 벌에 350크로네(4만5000원)다.

현재 대여가 가능한 옷은 50종류. 대여를 원하는 고객은 '로열티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한다. H&M은 스타일리스트가 옷 고르는 것을 도와준다고 설명한다.



다니엘 클래손 H&M 사업개발담당은 "대여 서비스의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지만, 테스트를 통해 많이 배우고 수정 및 변화를 주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3개월 시험 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H&M이 이러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업계가 맞이한 상황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패션업계가 비판의 대상이 된 데다, H&M의 실적이 하향세를 보이는 등 업계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사진=H&M/사진=H&M
패션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고 유엔(국제연합)이 지적했을 만큼 생산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내는데, 패스트패션의 인기 이후 옷 교체주기까지 짧아지며 환경 문제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의식한 듯 H&M은 대여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지속가능성'을 강조했고, "재사용·재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수선 및 업그레이드 서비스도 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태도도 변화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쿼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10월 연구노트에서 미국·유럽의 의류 시장 포화로 소비자들이 옷 구매에서 얻는 즐거움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을 냈다. 특히 패스트패션 '빅3'(자라, H&M 등)는 미국 내 점유율이 2015년 이후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고, 이들 중 하나인 포에버21은 9월 말 경영난으로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도 했다.

H&M 역시 지난 2011년 영업이익률이 18.5%였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해에는 7.4%를 기록했다.


의류 대여는 소비자들이 여러 종류의 옷을 입으면서도 환경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꼽힌다. 영국 데이터분석업체 글로벌데이터는 미국 내 의류대여 시장이 지난해 10억달러 규모였으며, 2028년 44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의류 대여 전문업체 '렌트 더 런웨이'는 1조원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바나나 리퍼블릭, 블루밍데일 등도 이 시장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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