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는 40대 정우남씨 알고보니 국가대표 '악취버스터'

머니투데이 광주=정혁수 기자 2019.12.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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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시대, 농식품 벤처 미래를 그리다(6)]광주광역시 (주)삼도환경 정우남 대표

정우남 (주)삼도환경 대표가 11일 자신이 개발한 '플라스마 축산악취제거기'가 설치된 전남 보성군 한 음식물폐기물처리업체 작업장을 찾아 환기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정우남 (주)삼도환경 대표가 11일 자신이 개발한 '플라스마 축산악취제거기'가 설치된 전남 보성군 한 음식물폐기물처리업체 작업장을 찾아 환기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녹차산업으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엔 대규모 퇴비생산시설이 한 곳 위치해 있다. 하루 처리용량이 80~100톤 규모로 국내 TOP10안에 손꼽힐 정도다. 대전,충남,부산,경남지역에서 실려온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해 퇴비를 만드는 공정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엄청나다.

악취가 발생하다 보니 주민 민원도 그치질 않는다. 공장 반경 1km 이내에 농가가 한 곳도 없지만 공기 중에 번지는 악취를 차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악취 주성분은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으로 어떤 이는 나쁜 냄새를 거론하는 정도가 아니라 알레르기, 호흡곤란 등 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



업체 대표 양 모씨(51)도 그동안 안간힘을 썼다. 주변에 나무를 심어 악취를 차단하고, 공장자동화 시설을 새로 설치하기도 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악취 없애는 '악취버스터' 정우남씨를 만나기 전까지 정말 희망이 없었다. 정씨가 개발한 '플라스마 악취제거기' 가 공장 곳곳에 설치되면서 악취는 그냥 '밋밋한' 냄새가 됐다. 양 씨는 "주민들도 여기가 그 공장 맞냐고 그래요. 이젠 동네 주민들과 웃으면서 애기합니다"라고 말했다.

'악취버스터'. 사람들은 47살의 정우남씨(삼도환경 대표)를 이렇게 부른다. 유령잡는 엉뚱한 과학자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의 주인공들에 그를 빗댄 말이다. 정씨는 플라즈마 탈취 살균효과를 활용한 농·축산 맞춤형 기계를 제작하고 이를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지난 11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창업진흥센터 연구실에서 만난 정우남 대표는 "플라스마 축산 악취제거기 '토우쿨'은 오염된 공기를 친환경적으로 정화해 축사 등 작업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실내 세균과 바이러스를 99.9% 살균해 준다"고 설명했다. '플라스마(plasma)'란 기체가 이온화 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플라스마 발생시 생성되는 오존은 공기 중에 있는 유기물을 분해·살균·탈취하게 된다.
정우남 삼도환경 대표 인터뷰 / 사진=광주=이기범 기자 leekb@정우남 삼도환경 대표 인터뷰 / 사진=광주=이기범 기자 leekb@
정우남 대표가 11일 자사제품이 설치된 전남 보성군 한 퇴비생산업체에서 '토우쿨'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정혁수정우남 대표가 11일 자사제품이 설치된 전남 보성군 한 퇴비생산업체에서 '토우쿨'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정혁수
대학졸업후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하던 그가 창업을 고민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기계제작 회사에 다니던 어느 날 휴게실에서 만난 직장동료가 "플라스마 효과라는 게 있는 데 그런 장비를 설치하면 이 방안 냄새를 다 잡을 수 있다"는 말이 귓가를 때렸다.

"처음엔 사업한다는 게 엄두가 안나 친구에게 이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해 보라 했어요. 저는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였는 데 그 친구가 6개월여 만에 포기하면서 제가 모든 걸 떠안게 됐어요. 갑자기 '한 번 부딪혀 보자'는 오기가 나더라구요. 하하"

2016년 9월 새로운 길에 뛰어든 정씨는 플라스마에 대한 이해와 축사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가축질병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현장을 찾아 다녔다. 주변 상황은 열악했지만 '끈기' 하나로 버텼다. 그리고 3년, 플라즈마 발생장치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축산악취분야에서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한 국내 유일기업이 됐다.


정 대표는 수입에 의존하던 '플라스마 발생 장치'를 2017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신기술 인증 획득은 물론 농식품부로부터 우수기술확인서를 발급받는 등 우수기술로서 그 가치를 인정 받았다.

삼도환경이 생산하고 있는 '토우쿨(Tow-Cool)'은 플라스마의 강력한 탈취살균력을 축사에 적용한 제품이다. 고은 다습한데다 다량의 암모니아가 발생하는 축사환경에서 오존 발생량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 악취발생 물질 95%이상을 제거해 준다. 또 각종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균 등을 사멸시켜 가축 면역력을 크게 증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정 대표는 "플라스마를 활용한 유사기술들이 있지만 암모니아와 오존이 일으키는 화학반응으로 플라스마 발생기를 오래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있는 데 저희 제품은 기기작동이 중단되는 일이 없이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 경쟁력이 크다"며 "또 다른 플라스마 제품인 '플라러스'는 농산물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술로 농협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사는 40대 정우남씨 알고보니 국가대표 '악취버스터'
해마다 악취민원이 늘어나고 이로인한 이해 당사자간 분쟁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는 주의를 당부하며 그냥 넘어가곤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악취발생 업체에게는 영업정지는 물론 폐업조치 등 엄격한 행정명령이 뒤따른다. 심지어 악취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인정돼 피해 배상액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을 정도다. '악취제거기술'과 관련 제품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우남 대표의 앞으로의 역할과 공간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플라스마 기술과 제품성능이 알려지면서 매출은 창업 3년만에 14배 뛰었다. 직원 수도 14명으로 크게 늘었다. 농식품부는 정 대표의 (주)삼도환경을 '12월의 A-벤처스'로 선정했다.

"플라스마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보고 싶어요. 지금처럼 축사악취제거, 농산물 신선도 유지는 물론 플라스마 기술을 활용한 토양소독기술을 개발해 유기농 재배와 스마트팜 확산에도 기여할 계획입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것이 없습니다"
정우남 삼도환경 대표 인터뷰 / 사진=광주=이기범 기자 leekb@정우남 삼도환경 대표 인터뷰 / 사진=광주=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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