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인사 '해 넘길듯'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주명호 기자 2019.12.1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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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제재 후 임원 인사 '가닥'…CEO 거취, 행장직 분리 등 '변수' 많아

우리금융CI / 사진제공=우리금융우리금융CI / 사진제공=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의 임원 인사가 안갯속이다. DLF(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 여파다. 우리은행 본부장급을 비롯한 직원 인사는 연내 이뤄질 예정이지만 이들을 지휘할 임원급의 자리 바꿈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기관과 CEO(최고경영자) 제재 가능성까지 맞물려 우리금융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오는 20일쯤으로 예정됐던 지주사와 계열사의 임원급 인사 시기를 늦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당초 부문장·부행장·전무·상무 등 임원 인사를 연내 마칠 계획이었다. 은행 임원 출신 인사 다수가 계열사 CEO 또는 임원이 됐던 만큼 계열사 인사 역시 은행과 연쇄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직접 그룹 임원진에게 “12월 중순 인사를 할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원 인사는 DLF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를 확인한 뒤로 밀릴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고민이 깊어 보인다”며 “DLF 제재심 결과에 따라 우리금융을 둘러싼 여러 상황이 바뀔 수 있어 일단 인사를 늦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DLF 제재심을 가능한 이른 시일 내 열겠다는 계획이지만 연내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이달 하순 열리는 제재심에 관련 안건이 올라오더라도 은행 측의 소명을 듣는 등 이어질 절차를 고려하면 1월 중순쯤에야 제재수위가 확정된다.

경우에 따라 은행장 인사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손 회장의 은행장 임기는 1년 이상 남았지만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받을 경우 내년 3월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의 변수가 된다. 또 손 회장이 제재를 피해 회장직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겸직을 끝내고 새 은행장을 선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계열사 역시 사장들의 임기가 코 앞이다. 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와 조운행 우리종금 대표는 연내 임기를 마친다. 박형민 우리펀드서비스 대표는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낸다. 새 은행장을 뽑는다면 곧바로 이름을 올릴 후보군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인사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선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제재를 앞둔 탓에 인사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내년 초까지 그룹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리은행은 오는 13일 본부장급 인사를 시작으로 27일 부장급 이하 직원 인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임원 인사는 늦추더라도 직원들의 승진·이동 인사는 계획대로 완료해 조직 안정화를 꾀하려는 의도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기가 만료된 임원들은 한시적으로 내년 2월 말까지 임기를 연장해 둔 상태”라며 “과거에도 임원-직원 인사 순서를 바꾼 사례가 있었던 만큼 임원 거취와 관계없이 영업은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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