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룽먼카페 SNS.
이같은 현상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시위대가 자신들을 지지하는 식당에겐 '노란 리본'을, 친중 성향의 식당에겐 '파란 리본'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는 아니지만, 시위대가 식당의 정치성향을 평가하고, 이 과정에서 노란 리본을 받은 식당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올바른 가게에 돈 내자" 줄서기 열풍
/사진=룽먼카페 SNS.
습격 사건은 이랬습니다. 지난달 딸과 함께 가게를 찾은 한 중년 여성이 옆 테이블 손님과 홍콩 시위를 놓고 언쟁을 벌이면서 경찰 지지 발언을 이어갔는데, 가게 사장인 창 춘킷씨가 중년의 여성에게 "당신 같은 손님은 없어도 되니 제발 나가달라"고 내쫓았습니다. 이 영상은 다른 손님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갔고, 이를 본 시위 반대파들이 가게를 습격해 유리창과 기물이 파손됐습니다. 시위대는 "이 가게를 우리가 보호하고, 지지하자"고 했습니다. 창씨는 "공격이 일어난 며칠 후부터 엄청나게 손님이 늘었다"고 했습니다.
/사진=룽먼카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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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게 바깥에는 노란딱지가 붙어있어 '친 시위대'라는 것을 알리고 있고, 여기엔 "블루리본 접근 금지"라고도 적혀 있습니다.
자신의 성이 '응'이라고만 밝힌 한 학생(19)은 "요즘은 매일 같이 앱을 통해 어떤 식당에 노란 리본이 달려있는지를 보고 식사 메뉴를 정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한명이라도 도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조르디 추(26)씨는 WSJ에 "돈이 올바른 사람의 주머니에 들어가게 하자는 것"이라면서 "파란 딱지가 붙은 가게는 그냥 지나친다"고 했습니다.
/사진=룽먼카페 SNS.
/사진=구글 캡처
한 앱에는 홍콩내 1700여개 노란 리본 식당들과 1300여개 파란 리본 식당들을 표시하고 있었고, 중립은 초록색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앱에선 식당 뿐만 아니라, 의류, 미용실, 쇼핑몰 등 다양한 업종을 분류해서 공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왓츠갭'이라는 앱은 처음엔 홍콩내 오락실을 찾는 용도로 개발됐지만 이제는 '노란 식당'을 찾는 앱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앱은 현재까지 20만회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노랑과 파랑으로 가게들을 분류하는 한 페이지에는 가입자수가 10만명을 넘습니다. 여기에선 홍콩 시민들이 식당과 쇼핑몰들 사진을 올리면서 시위를 지지하는 곳인지 아닌지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비슷한 정보를 공유하는 'HKShoplist'라는 계정은 3만7000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AFPBBNews=뉴스1
현재 홍콩 시위는 22주째 연속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홍콩 민주인사들이 중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면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시작한 시위는 복면금지법으로 다시 불타올랐습니다. 지난 6월 100만명으로 시작해서,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200만명까지 늘어났지만, 현재는 경찰의 강력한 단속과 길어지는 시위탓에 매 주말마다 수천명씩 몰려 게리랄식 시위를 펼치고 있습니다.
시위대의 '미슐랭 가이드', 매출에 도움될까?
/사진=트위터 캡처.
윌슨 위엔씨가 운영하는 식당은 젊은 시위대에게 공짜로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면서 '노란 리본'을 받은 곳입니다. 이 가게는 하루 매출이 10~15%가량 올랐다고 합니다. 위엔씨는 "리본 색깔에 따라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게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반대로 웡 리리씨는 경찰을 지지한다고 의견을 밝혔다가 홍콩인들의 보이콧 운동 때문에 피해를 본 경우입니다. 웡씨는 지난 6월말 페이스북에 "경찰 업무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지 안다"면서 "당신들을 지지한다"고 올렸다가 블루리본을 받게 됐습니다. 이후 웡씨의 가게는 시위대의 보이콧의 상징이 됐고, 매출이 넉달 사이 40%나 줄었습니다. 웡씨는 매달 1~2만홍콩달러씩(약 148만~295만원)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편해서 좋네" 친중파 몰리는 파란 리본
/AFPBBNews=뉴스1
홍콩 레이위문에서 응안룬 카페를 운영하는 케이트 리씨는 아예 대놓고 시위 반대를 홍보해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가게 내부에도 파란색과 중국 오성홍기가 곳곳에 도배돼 있습니다.
리씨는 "이미 중국이 우리에게 많은 자유와 좋은 정책들을 줬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홍콩에 자유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리씨의 가게는 중국 관영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홍콩 시위 반대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영자매체 차이나데일리는 페이스북에 리씨의 가게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고, 조회수는 40만회를 넘어갔습니다.
/AFPBBNews=뉴스1
/AFPBBNews=뉴스1
WSJ는 완차이 지역의 한 이탈리아 식당은 페이스북에 "홍콩 정부가 복면금지법을 시행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가 '파란 리본'을 받았습니다. 이후 업체측이 "단순히 뉴스를 공유하고 알린 것 뿐인데 왜 파란 리본을 받느냐"고 항의해 중립인 '초록색'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일부 정보만을 가지고 가게의 성향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부 식당들은 현 상황을 역이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코즈웨이베이의 한 식당은 지난 주말부터 '자유의 볶음우동'을 판다고 대문짝만하게 광고를 시작했다고 WSJ는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홍콩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업주들에게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 편을 들지 말라"고 조언하고, 일부 업주들은 "2003년 사스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합니다.
노란색과 파란색. 홍콩을 반으로 나눈 이 색깔론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