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감자튀김'도 사치인 나라…맥도날드로 본 전세계 시위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11.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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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물가폭등·저임금 고통 베네수엘라
맥도날드 감자튀김 '최저월급 절반'
칠레·레바논 햄버거값 세계 상위권
최저임금은 선진국의 1/3 수준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인싸Eat]'감자튀김'도 사치인 나라…맥도날드로 본 전세계 시위
전세계 3만8000여개 매장을 보유 중인 맥도날드는 최근 몇 년 사이 베네수엘라를 매출 집계에서 아예 빼버렸습니다. 1986년부터 전세계 각국의 물가와 통화가치가 적절한 수준인지를 '빅맥 지수'를 통해 발표해오던 이코노미스트지도 올해 베네수엘라를 제외했습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몇년 사이 90% 넘게 가치가 하락한 통화 가치, 여기에 통계의 의미가 없을 만큼 부진한 판매량 등이 이유였습니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극심한 경제난과 무능한 정부에 불만을 터뜨린 이들이 거리로 나와 연일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는 아예 통계에서 사라져버리기도 했습니다. 혼돈에 빠진 이들의 '경제난'은 대략 어느 정도일까요? 최저임금과 맥도날드 음식값을 비교해보면 어느정도 감이 잡힙니다.

맥도날드 감자튀김 먹으려면 보름 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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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미국의소리(VOA) 베네수엘라판은 맥도날드 감자튀김이 베네수엘라에선 이젠 사치품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VOA의 조사 결과 베네수엘라의 맥도날드 감자튀김 가격은 미국달러 기준 4.5달러로, 미국·중국·호주 등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도 브라질(3.35달러), 아르헨티나(3달러) 등을 모두 따돌렸습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월 최저임금으로 감자튀김 하나를 사먹으려면 월급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물가 상승 때문에 올해 들어서만 벌서 세 차례 월 최저임금을 인상했습니다. 지난 1월엔 1만8000볼리바르, 4월엔 4만볼리바르로 인상한 데 이어 또 6개월 만에 15만볼리바르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이 월급의 가치는 7.6달러(8860원)에 불과합니다.


베네수엘라의 물가가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는 다음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난 6월만 해도 맥도날드 해피밀세트를 먹는 데 당시 월 최저임금(4만 볼리바르)의 절반을 써야 했는데, 이달에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4배나 올렸음에도 맥도날드 감자튀김 하나에 월급의 절반을 쏟아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이 페루(1.5달러) 4시간, 스페인 3시간으로 조사됐고, 파나마나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국가는 월 최저임금 소득자가 맥도날드 감자튀김 하나를 먹는 데 50분의 노동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최저임금 대신 베네수엘라 국민 평균 소득으로 해도, 월 21만 볼리바르(약 11달러)에 불과해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이 기준으론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를 하나 사먹으려면 34일이나 노동을 해야 합니다. 한달을 꼬박 일해도 햄버거 세트 하나 사먹기 어려운 현실인 겁니다. 여기에 한달에 4만 볼리바르의 연금을 받는 노인들은 아예 맥도날드는 먼나라 이야기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심각을 넘어선 수준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70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000만%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최근엔 다소 상승 수준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듭니다.

결국 아무도 오지 않는 맥도날드는 매년 조금씩 매장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칠레 햄버거값, 한국이랑 똑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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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는 단돈 50원에 전쟁터가 된 나라입니다. 이달초 정부가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을 30페소(50원) 인상했는데, 이것이 그동안 쌓인 사회·경제적 불평을 쏟아내는 기폭제가 돼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졌습니다. 시내 곳곳은 불타올랐고, 노동자들은 대규모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대통령이 뒤늦게 대국민 사과까지 하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내각 개편 등 각종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 30일 칠레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달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까지 취소했습니다.

칠레는 베네수엘라 같은 살인적인 물가상승은 겪지 않지만, 수십년간 경제 성장의 과실을 소수 엘리트만 누리면서 경제 불평등이 심화해왔습니다. 칠레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500달러를 넘지만, 정작 국민의 절반이 받는 급여 평균은 월 550달러(64만원)에 불과합니다. 월 최저임금은 30만페소(약 47만원)인데, 그나마 대통령이 시위대를 진정시키려고 올린 게 35만페소(약 55만원)입니다.

반면 칠레의 물가는 남미에서도 최고 수준입니다. BBC는 낮은 최저임금과 맞물려 각종 요금 인상 등으로 칠레 국민의 60%가 소득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며 빚더미에 올라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칠레의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평균 가격은 5.49달러로 남미에선 4위, 전세계에선 52위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입니다. 넘베오 통계에 따르면 한국(5.43달러)는 칠레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는데, 서로 같은 햄버거값을 내는 두 나라의 최저임금 격차는 3배가 넘는다는 것입니다. 칠레는 최저임금 인상 기준으로 월 55만원, 한국은 월 기준 약 174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임금' 호주랑 햄버거값 같은 레바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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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레바논은 정부가 스마트폰 메신저 앱에 하루 230원가량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발표에 지난 2주간 불타올랐습니다. 격렬한 시위에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결국 사퇴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월 최저임금이 450달러인 레바논은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평균 가격이 8달러로 세계 16위에 올라 있습니다. 반면 레바논보다 한 계단 밑에 있는 호주(7.89달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는 나라입니다. 호주의 최저임금은 주당 740호주달러로 일주일에 받는 돈만 한화로 약 60만원에 달합니다.

남미를 비롯해 경제난과 열악한 최저임금, 그리고 높은 물가로 고통받는 곳은 한두 곳이 아닙니다. 빠르고, 편리한, 그리고 최저임금 소득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맥도날드는 어느 곳에선 사치품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불만 가득한 시민들은 시위대로 변해 거리로 나오거나, 현 정권을 투표로 심판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방식이 됐든, 맥도날드가 이들에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날은 언제쯤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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