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비틀대는 독일 밀치고 유럽 '리더' 될까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1.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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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단에 유럽기업과 독일·EU 고위직 포함…독일 골치 썩는 동안 'EU 결속' 등 리더십 보여

4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났다/사진=AFP4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났다/사진=AFP


프랑스가 유럽연합(EU) 리더로 발돋움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EU의 ’좌장‘ 역할을 하던 독일이 극우 득세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쪼그라드는 국정 장악력, 경기 침체 등 내부 문제로 곤란을 겪는 사이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프랑스가 치고 나오는 모양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EU와 독일 고위직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했다. 총 3일 일정으로 방중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석해 “중국이 시장을 더 개방하길 바란다”며 “EU와 중국 간 경제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5일 저녁 시진핑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EU와 중국 간 경협 확대를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와 중국 간 협력을 넘어 ’EU-중국‘ 관계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번 방중단에 프랑스와 독일 합작의 유럽 최대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 등 유럽 대기업 등 30여 유럽 기업 대표들을 포함했다. EU 기업의 중국 진출 확대를 목표로 할 것으로 풀이된다. 안야 칼릭제크 독일 교육부 장관과 필 호건 EU 무역위원도 대동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프랑스가 EU의 핵심국가로서, 유럽 결속력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이 지난 3월 유럽순방으로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 집행위원장도 함께 초청했다. 중국이 유럽 국가들을 개별적으로 상대할 게 아니라 ’유럽‘ 전체로 놓고 관계 맺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면서 ’리더십‘을 보인 것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 등 돈을 풀어 EU 개별 회원국의 환심을 사는 데 대한 경계심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에서 오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차이나머니‘는 필요하지만, 중국이 EU 시장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회원국이 각개분열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게 프랑스와 독일의 공통된 입장이다. 앙투안 본다즈 파리 전략연구재단 연구원은 “중국과 관련한 문제는 EU 미래에 아주 중요하므로 EU 위원회 등 회원국들의 일치된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툴루즈에서 정당회담을 갖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AFP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툴루즈에서 정당회담을 갖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AFP
다만 이런 역할은 전통적으로 프랑스보다 독일이 앞장서 해왔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유럽의 ’지도자‘ 역할을 하던 독일이 최근 국내 요인으로 비틀대면서 프랑스 입김이 세지고 있다. 프랑스 경제는 전통적 경제 대국인 독일보다 견고한 상태다. 고용상황도 꾸준히 개선됐고 대규모 재정지출로 가계 소비가 살아나면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3% 증가했다. 독일 GDP는 지난 2분기 0.1% 감소한 데 이어 3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정치적으로도 프랑스는 올 초 ’노란조끼 시위‘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데 반해, 독일은 바닥이 흔들리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2021년 임기 만료를 끝으로 총리직으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뒤 지방의회선거에서 메르켈의 기독민주당(CDU)이 연이어 의석을 잃고 ’연정 정치‘ 자체가 깨지고 있다. 게다가 극우가 득세하고 과거 동독지역에서 네오나치가 기승을 부리는 등 정치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유럽 내 독일 위상이 약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독일이 내부 문제로 힘이 약화하는 동안 프랑스는 EU 통합과 미국에 맞설 방법을 찾으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왕립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도 “독일이 기존에 하던 중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영국이 제 갈 길을 가는 동안 프랑스는 분명한 외교정책과 목표로 EU 정책 리더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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