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독일 튀링겐주 의회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 수뇌부의 표정이 굳은 모습이다/사진=로이터
27일(현지시간) 독일 튀링겐주 지방선거에서 사회주의 좌파당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각각 득표율 31%, 23.4%를 얻으며 1, 2위를 차지했다. 전통적 중도 정당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과 사회민주당(SPD)은 3, 4위로 내려앉았다. 현재 좌파당과 SPD, 녹색당이 꾸린 튀링겐주 연정은 이번 투표로 과반이 안 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지난 9월 작센주와 브란덴부르크주 선거에서도 AfD가 각각 득표율 2위를 차지하면서 선거 이전의 기존 연정 구조를 깨트렸다.
전문가들은 연정의 중도 정치가 약화하면 정책 안정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비영리단체 베르텔스만재단 연구에 따르면 극단적 색채를 추구하지 않는 현 연방정부 대연정(CDU·기독사회당(CSU)연합+SPD)은 출범 후 지금까지 총선 입법 공약의 3분의 2 이상을 이행할만큼 국정 운영이 안정적이다. 그러나 울리히 존더만베커 독일 중부지역 공영방송 MDR 기자는 ”2014년 AfD가 주의회에 입성한 뒤부터 논쟁은 더 공격적이고 노골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면서 ”끝까지 갈 기세로 밀어붙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27일(현지시간) 독일 튀링겐주 의회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뵈른 호케(가운데)가 이끄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역 위원들이 기뻐하고 있다/사진=로이터
AfD의 영향력이 연정 지분을 비집고 들어올 만큼 점점 커지는 건 가장 큰 문제다. 2014년 튀링겐주 선거에서 약 10%대에 불과했던 AfD 득표율은 5년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AfD가 과거 동독지역 시민들이 가진 ‘반이민’ 정서와 중앙정치로부터의 ‘소외감’에 불을 지르면서다. 뵈른 회케 AfD 튀링겐주 당위원장은 평소 친나치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인물로, 홀로코스트에 대한 독일 반성 노력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출당 위기까지 내몰렸던 적 있다.
보도 라멜로프 튀링겐주 총리는 "독일에서 ‘홀로코스트’는 일종의 도덕적 레드라인"이라며 "그러나 AfD와 회케가 힘을 얻으면서 그 라인이 지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과 선거 2주 전에는 튀링겐주 인근 작센안할트주 할레의 유대교 회당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혐오범죄가 일어나 시민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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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AfD는 점점 늘어나는 지지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슈테판 묄러 AfD 튀링겐지부 대변인은 "다른 당이 우리와의 협력을 거부하는데, AfD는 이제 큰 정당이다.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NYT는 "AfD에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소외감에 기성 정당들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고 해석했다. 선거 전 AfD 선거 캠페인에 참석한 은퇴한 미용사 바바라 피들러는 NYT에 "실패한 현 정부는 지긋지긋하다"면서 "투표는 모르겠지만 회케의 말을 들어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3일(현지시간) 독일 튀링겐주 의회선거를 앞두고 '독일을 위한 대안'(AfD) 선거 캠페인에 지지자들이 참여해 응원하고 있다/사진=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