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또 안 오고… 日 '中 입김 커질라' 불편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9.11.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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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까지 태국에서 아세안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
오바마와 달리 트럼프 취임 후 한번도 참석 안해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 및 EAS 회의가 열린다. /AFP태국 방콕에서 아세안 및 EAS 회의가 열린다. /AF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년 연속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불참하면서 중국의 발언권이 커질까 일본이 불안해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EAS에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아 '아시아 경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의와 EAS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 주요한 의제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시아간의 충돌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의다.



남중국해에서는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중국의 해양조사선 '하이양 디즈 8호'가 지난달까지 3개월 이상 활동해 분쟁이 일었다. 베트남 정부는 "주권과 관할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했으나 중국은 남중국해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했다. 중국은 또 인공섬을 건설하고 남중국해를 군사 기지화해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인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EAS에 트럼프 대통령 대신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중국의 인공섬 설립을 정면 비판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EAS에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을 파견해 미국 참석자의 격이 낮아졌다. 반면 중국에서는 리커창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EAS에 대부분 직접 참석했던 오마바 전 정권과 대비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이 EAS에 참석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미국 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셧다운) 사태가 발생한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지역을 중시한 오마바 전 대통령의 '리밸런스 정책' 대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을 제창하고 있지만 미국 내부에서도 아시아 지역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바마 정권에서 국방부 차관보 대리를 지낸 에이미 시어라이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번 정상급 불참에 대해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일"이라면서 "(미국의 불참은) 이 지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미국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비판했다.

일본 언론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입김이 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과 아세안은 남중국해 분쟁을 피하기 위해 '행동 규범' 책정을 협의 중"이라며 "중국은 역외국의 관여를 배제하는 내용을 담아 미국 등의 간섭을 막으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상회담의 의장 성명안에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군사거점화를 염두에 두고 '우려에 유의한다'는 문구가 포함될 예정이지만, 중국이나 캄보디아 등의 반대로 표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아사히신문도 "트럼프 대통령 불참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아세안 내부에서 나온다"며 의장국인 타이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아세안 일련의 정상회담의 상징적인 중요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본은 설상가상으로 이번 RCEP 실무자 협의에 경제산업상을 참석시키지 못했다. 지난달 25일 스가와라 잇슈 전 경제산업상(경산상)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퇴한 데다 후임 카지야마 히로시 경산상은 국회 일정이 겹쳤다. 대신 일본 측에서는 경산부대신이 참석했다.

RCEP는 중국 주도로 만들어진 자유무역권구상이다. 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 등 16개국이 참가한다. RCEP은 2013년에 교섭이 시작돼 진척이 더뎠으나 이번 정상회담 타결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리 총리는 이번 회담에 앞서 "(RCEP) 협상이 현재 막바지"라고 자신한 바 있다. 반면 일본 주도로 구성된 다자간 무역협정인 CPTPP는 미국이 빠지는 등 불협화음이 잇따르며 표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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