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황금알 거위'라더니…대기업도 포기, 다음차례는?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이강준 기자 2019.10.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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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러시 면세시장]중소중견 면세점 '도미노' 철수 우려…"무늬만 면세점, 매년 수백억적자 어떻게 버티나"

편집자주 올해 국내 면세시장은 최대 25조원 규모를 바라본다. 그러나 지나친 중국 따이궁(대리구매상) 의존도와 사업자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속빈강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후발과 중소사업자들은 적자에 허덕인다. 대기업 한화에 이어 두산도 면세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외화내빈' 면세시장을 만든 구조적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MT리포트]'황금알 거위'라더니…대기업도 포기, 다음차례는?


3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은 한산했다. 1973년 문을 연 국내 최초 면세점 타이틀과 달리 층마다 손님은 한두명에 불과했다. 오히려 직원수가 더 많았다. 지난해까지 루이비통과 샤넬, 에르메스 등 '빅3' 명품 브랜드가 모두 이곳에서 철수했다. 한 직원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손님이 많이 줄어 한산한 날이 많다"고 말했다. 도보로 10분거리인 SM면세점 역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올해초 영업부진에 6개층이던 매장을 2개층으로 줄였다. 하지만 손님이 더 줄어 적막한 분위기마저 느껴질 정도다. 아침부터 수백명의 따이궁이 몰려 긴 줄이 늘어서고 매장이 북새통인 인근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과는 영 딴세상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평가받던 국내 면세점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한화에 이어 두산 등 대기업마저 수익성 악화로 면세사업을 포기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차례는 어느 면세점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중견 면세사업자들의 '도미노' 사업철수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이른바 '빅3'를 제외하면 적자누적에 빠져있는 군소업체들의 퇴출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동화면세점과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SM면세점, 엔타스면세점 등이 거론된다.

동화면세점은 지난해에만 1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200억원이던 영업적자를 절반 가까이 줄였지만 여전히 회복기미는 보이지않는다. 매출은 수년째 3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2016년 시작한 SM면세점도 지난해까지 누적적자가 700억원이 넘는다. 이 곳 역시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철수하면서 간판만 유지한 수준이다. 최근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모회사인 하나투어의 상황마저 좋지 못하다. 엔타스면세점도 작년 74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문을 연 입국장면세점마저 부진해 애를 태우고 있다.



올해 국내 면세시장은 최대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두산과 한화 등 굴지의 대기업조차 사업포기를 선언할 정도로 경쟁상황이 녹록치않다. 출범 1주년을 맞은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지난해 4분기 256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430억원의 적자를 보며 고전중이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빅3 면세점들도 올해 과당경쟁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면세점들의 경영악화는 △정부의 주먹구구식 수요예측에 따른 특허 남발, △장밋빛 전망에 따른 업체들의 무분별한 시장진출, △사드 사태로 인해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방한 중단 이후 대리상인 따이궁과 송객수수료 중심의 시장경쟁구조 형성 등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따이궁 중심의 비정상적인 시장구조에서는 중소, 후발업체들이 매년 수백억원씩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앞으로도 사업포기가 잇따를 것"이라며 "사드 사태를 떠나 정부와 기업들이 면세업을 너무 쉽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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