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42개 기업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유의미한 수준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은 14개다. 비중으로는 약 33.3%다. 나머지 28개 기업은 공모가와 유사한 수준이거나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SNK, 아이스크림에듀 등 공모가의 절반 수준에서 거래 중인 기업도 눈에 띈다.
올해처럼 신규 상장 기업의 주가가 잇따라 약세를 보이는 현상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시장에선 장외 시장 거품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최근 VC(벤처캐피탈)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지면서 공모 시장에 등판하기 전 장외에서 기대 이상의 몸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VC 사이에선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에 서로 투자하기 위한 '물량 선점'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소·벤처 기업 투자 확대 차원에서 VC에 풍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운용사 사이에서도 메자닌 펀드 등으로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장외 시장에서 거품이 끼는 현상이 심각한 편"이라며 "상장 전부터 높은 가치를 평가받다 보니 공모 시장에 등장할 때 비싼 가격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공모 시장 참여자 사이에선 비상장 주식 밸류에이션이 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이러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 VC나 운용사만 수익을 내고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는 손실을 입는 구조가 고착화 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일각에선 IPO 공모 과정에서 예상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데 성공한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공매도 투자 전략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비상장일 때부터 높은 몸값이 매겨지고 더 높은 가격 수준에서 IPO에 성공한 기업의 경우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일부 기관투자자가 공매도를 시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신규상장 종목 중 하루 총 거래량에서 공매도 거래량의 비중이 두자릿수 비율을 넘어서는 곳들이 속속 눈에 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유통시장 투자자 사이에서 비상장 기업에 대한 VC들의 무리한 투자와 가치 책정에 대한 불만이 쌓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일부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공매도가 나타날 수 있는데,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적정한 수준의 투자라면 결국 주가가 적정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