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반지, 벽시계, 초인종…‘알렉사 제국’ 만들려는 아마존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2019.10.18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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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즈 BTS(Biz & Tech Story)]
집안 뿐 아니라 집밖으로 진출하는 알렉사
호텔, 자동차, 안경, 반지에 알렉사 탑재
일상 곳곳에 알렉사 심어 데이터로 수익 내겠다는 전략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사진=amazon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사진=amazon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에코를 앞세운 아마존은 이미 무서운 속도로 스마트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알렉사의 미국 AI스피커 시장점유율은 60~70%에 달한다.

그런데 아마존은 집안뿐 아니라 집밖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안경, 반지, 자동차, 호텔까지 알렉사를 투입해 데이터를 모으고 아마존으로 통합하려고 하고 있다.



아마존이 출시한 스마트 전자레인지 /사진=amazon아마존이 출시한 스마트 전자레인지 /사진=amazon
◇스피커부터 전자레인지까지, 아마존에 포섭된 집

2014년 음악을 틀어주거나 날씨를 알려주는 ‘에코 클래식’을 시작으로 아마존은 집안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2017년 6월엔 부엌에서 요리법을 알려주고, 필요한 식료품을 주문해주는 7인치 스크린이 탑재된 ‘에코 쇼’를 출시했다. 같은 해 4월엔 옷의 핏이나 색, 스타일링, 최신 유행을 모두 고려해 사용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는 ‘에코 룩’을 선보였다. 또 2018년 4월에 내놓은 아이들 용 ‘에코 닷 키즈’는 디즈니와 내셔널지오그래픽 콘텐츠를 통해 아이들과 퀴즈게임을 하고 책을 읽어준다.



아마존은 스피커에만 의존해 알렉사를 사람들의 집안에 들이는데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알렉사가 탑재된 벽시계, 전자레인지, 플러그 등을 출시한 것이다. 59.99달러에 판매된 전자레인지는 에코 스피커와 무선으로 연동돼 사용자가 “감자 데워줘” “팝콘 튀겨줘”라고 말하면 알아서 다 해준다. 또 일반 전기콘센트에 24.99달러짜리 스마트 플러그를 꽂은 뒤 스탠드 전등이나 커피 메이커 등을 연결하면 음성으로 켜고 끄는 게 가능하다.

아마존이 저렴한 가격에 가정용 기기들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미국 컨설팅 회사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베르너 고츠는 “아마존이 알렉사가 들어간 제품을 팔아 수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알렉사의 확산을 위한 투자의 일환일 뿐”이라고 말했다. 알렉사를 확산시켜 더 많은 데이터를 얻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메리어트 호텔의 에코 스피커 /사진=amazon메리어트 호텔의 에코 스피커 /사진=amazon
◇아파트와 호텔에 들어간 알렉사

아마존은 개별 구매자들에게 일일이 에코를 구입할 것을 설득하는 대신 건설회사와 손잡고 아예 아파트나 호텔에 알렉사를 넣으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2017년 아마존은 건설회사들과 계약을 진행하는 별도의 팀을 만들었다. 각 아파트에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거나, 에코를 설치하면 할인해주는 것이다.

지난 6월엔 미국 최대 건축회사 ‘레나(Lennar)’가 설계하는 주택단지에 에코를 설치하기로 파트너십을 맺었다. 향후 레나가 지은 주택에선 알렉사 앱에 취침시간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조명이 꺼진다거나 아침에 “알렉사, 좋은 아침”이라고 하면 자동으로 커튼이 젖힌다. 또 냉장고에 식재료가 떨어지면 알렉사가 알아서 구입하고, 보일러가 고장나면 알렉사가 알아서 수리공을 부를 수도 있다.

2018년 11월엔 가정용 기기 개발회사인 ‘지고(Zego)’와 협력해 지고의 스마트기기들을 에코와 연동하기로 했다. 지고는 미국 수백 만 채 아파트에 도어 록, 실내 온도조절장치 등을 공급하고 있는 회사로 아마존은 이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알렉사를 더 쉽고 빠르게 각 가정에 들이겠다는 계산이다. 1년도 안 돼 약 3만 채 아파트에 ‘지고-에코’ 연동기능이 설치됐다.

아마존은 또 세계 최대 호텔체인 메리어트와 계약을 맺고 웨스틴, 세인트 레지스 호텔 일부에 에코를 설치했다. 투숙객들은 알렉사를 불러 객실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타월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으며 호텔 내 식당이나 카페를 예약할 수 있다. 호텔 방을 에코의 쇼룸으로 이용하는 동시에 호텔 투숙객들의 패턴과 취향 등을 파악하는 데이터를 확보해 온라인 쇼핑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알렉사 오토 /사진=amazon 알렉사 오토 /사진=amazon
◇자동차에 들어간 알렉사

아마존은 모바일 운영체제(OS)와 스마트폰이 없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알렉사를 집밖의 사물들에 탑재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알렉사의 AI스피커 시장점유율은 구글 어시스턴트나 애플 시리에 비해 크게 앞서지만 스마트폰까지 포함하면 13.2%로 크게 떨어진다. 반면 구글 어시스턴트는 28.7%, 애플 시리는 45.6%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자동차. 2017년부터 자동차에 특화된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알렉사 오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애플의 ‘카플레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가 아마존보다 한 발 앞서가고 있다는 점. 자동차에 스마트폰만 연결하면 음성명령으로 대시보드 디스플레이에서 지도검색, 메시지 청취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아마존은 두 가지 차별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우선 알렉사가 집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집과 차 사이의 연동을 극대화하는 기능에 집중했다. 가령 거실의 에코 스피커에 “알렉사 차 준비해줘”라고 말하면 여름에는 차 안의 에어컨을, 겨울에는 히터를 미리 켜놓고 알렉사가 알아서 스마트폰 캘린더의 일정을 검색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등록해주기도 한다.

반대로 차에서는 집 도착 시간에 맞춰 집안의 실내온도를 조정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을 수 있고 도착시간에 맞춰 식료품을 배달시켜 놓거나 가족에게 퇴근 중임을 알리는 메시지를 음성으로 보낼 수도 있다.

자동차제조사들과는 경쟁하는 대신 적극 협업하고 있다. ‘차 안의 플랫폼’이라 불리는 대시보드의 운영체제를 두고 제조사들과 다투는 애플이나 구글과는 달리 아마존은 운영체제는 제조사들이 개발한 것을 쓰되 알렉사의 음성인식 기능을 그 위에 얹겠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또 제조사들이 ‘알렉사 오토’의 여러 기능들 중 필요한 것만 골라 집어넣을 수 있도록 ‘키트’ 형태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제조사들은 아마존의 이런 전략을 반기고 있다. 2017년 포드는 알렉사를 통해 오디오북을 듣고 네비게이션 목적지를 변경할 수 있는 ‘Ford+Alexa’를 발표했고, 최근엔 아우디와 BMW가 알렉사가 탑재된 커넥티드 카를 출시하기로 했다. 세 회사 모두 구글과 애플에 맞서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 중인 곳들이다.

아마존의 스마트 반지 '루프' /사진=amazon아마존의 스마트 반지 '루프' /사진=amazon
◇사람들 몸에도 알렉사

지난달 25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디어행사에서 아마존은 알렉사가 들어간 안경, 반지, 이어폰 등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다. 세 제품 모두 사용자가 스마트폰과 연동해 음성명령으로 알림을 듣거나 전화를 걸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스마트 안경인 ‘에코 프레임’엔 오른쪽 안경다리에 배터리와 스피커, 마이크가 탑재돼 있다. 스피커로 들리는 소리는 빔포밍(간섭 제거) 기술로 사용자에게만 들린다. ‘구글 글래스’의 실패를 교훈삼아 카메라와 증강현실(AR) 기능은 넣지 않았다. 무게도 31g으로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다.

티타늄으로 만든 스마트 반지 ‘에코 루프’는 버튼, 마이크, 스피커가 달려 있어 이용자가 필요할 때 버튼을 눌러 알렉사에게 궁금한 걸 묻거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무선이어폰 ‘에코 버드’도 알렉사 음성인식 기능을 지원한다.

이 웨어러블 기기들을 통해 아마존은 온오프와 집 안팎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가령 홀푸드나 아마존 서점을 방문한 고객이 물건의 위치를 물으면 알렉사가 안내할 수 있고,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에서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결제까지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은 생체 정보뿐만 아니라 사람의 감정까지 판독할 수 있는 스마트 밴드도 개발 중이다. 아마존은 최근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헬스케어산업과 연동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밴드나 스마트 반지로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측정해 장볼 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들을 추천해주거나, 약을 추천하고 아마존이 인수한 온라인약국 ‘필팩’으로 약을 배송해주는 식이다. 여성 사용자에는 체온, 심장박동 수, 호흡과 수면패턴 등으로 생리주기를 모니터링 해 미리 생리대나 진통제 등을 사둘 것을 제안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아마존이 알렉사를 사람들 일상 곳곳에 심어두려는 계획의 중심엔 ‘데이터’가 있다. 집안에서, 호텔에서, 자동차에서,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사용자가 무엇을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수집해 사용자에게 딱 맞는 상품만 추천하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들려주고, 필요한 광고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널리스트 벤자민 샤흐터는 알렉사를 이용한 아마존의 계획이 마치 그들의 ‘플라이휠’ 전략 같다고 분석한다. “아마존의 알렉사 계획은 플라이휠과 닮았다. 사람들 일상 전반에 알렉사를 심어두고, 데이터를 모은 뒤 그 정보를 이용해 알고리즘을 강화한다. 고객이 알아차리기 전에 필요한 걸 제공해 다시 아마존과 알렉사를 찾게 한다. 이렇게 되면 다시 추가데이터가 쌓이고 이 정보를 이용해 아마존은 더 촘촘한 알고리즘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알렉사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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