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 없다” 철도파업에 시민들 불만 고조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9.10.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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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 곳곳에서 “늦을 것 같다” 통화, 운행취소 알림판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총파업을 돌입한 11일 서울역 전광판에 파업 예고 관련 열차 운행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전국철도노동조합이 총파업을 돌입한 11일 서울역 전광판에 파업 예고 관련 열차 운행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오후 1시에 부산가는 열차가 취소됐네요. 다음 열차도 자리가 없는 것 같은데 고속버스를 알아봐야겠네요”

철도노조 파업이 시작된 11일 오후 서울역 KTX 매표소 앞에 있는 열차 운행조정 변경 알림판을 살펴보던 40대 남성 승객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공기업이 이렇게 책임감이 없어서 되겠냐”고 말한 뒤 빠른 걸음으로 역사를 빠져나갔다.

임금협상 결렬로 이날 오전 9시부터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여객열차 상당수의 운행이 취소됐다. 이에 해당 차량을 예매했던 승객들은 현장에서 새로운 열차편을 구하거나 고속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역사 곳곳에서 “예약한 열차운행이 취소돼 (약속시간에) 좀 늦을 것 같다”는 내용의 통화를 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역으로 오는 도중에 스마트폰 앱으로 열차운행이 취소된 것을 알게됐다는 30대 직장인은 “현장에서 대체표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와보니 오늘 운행하는 열차는 대부분 매진됐거나 입석”이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며칠 전 동대구역 상하행선을 예매했다는 50대 여성 승객은 “스마트폰 어플로 예매를 하는 도중에 원하던 시간대에 출발하는 열차가 갑자기 운행 목록에서 빠져 당황했다”며 “다행히 다른 표를 예매했지만 또 취소됐을까봐 혹시나 해서 다시 알림판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내일 여수에 결혼식이 있어 KTX 승차권을 예매했다는 50대 남성은 “내려가는 표는 다행히 취소가 안됐는데 내일 올라오는 표는 취소된 것 같다”며 “일단 내려가서 다른 표를 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역 안에 비치된 안내판이 이용객들이 보기에 불편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강릉에 여행을 가려고 열차권을 샀다는 20대 남성은 열차 운행조정 변경 알림판을 10분간 살펴보더니 “글씨체도 작고, 노선 구분도 없어서 나이드신 분들이 이걸 보고 본인 열차표 취소 여부를 확인하려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겠냐”고 했다.


승차권 발급 창구도 평소보다 승객들이 붐볐다. 특히 고령층이 많은 교통약자 우선창구에는 파업 소식을 접하지 못한 승객들이 승차권을 구하지 못해 매표원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총파업을 돌입한 11일 서울역 전광판에 열차지연배상 안내가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전국철도노동조합이 총파업을 돌입한 11일 서울역 전광판에 열차지연배상 안내가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역사 내 안내데스크에도 운행취소를 문의하는 승객들이 많았다. 데스크 앞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열차운행 취소 여부는 전광판을 확인하라는데 뭘 보라고 하는건지 모르겠다”며 “취소된 표는 어떻게 환불받아야 할 지, 표를 어떻게 다시 구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코레일은 역사 내에 추가 안내요원을 배치해 승객들의 문의를 받았지만 열차운행 취소에 따른 혼선을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와 코레일은 불편을 겪은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후 용산구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진행된 대책 회의에서 "철도파업으로 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하게 되어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수송대책을 차질 없이 시행하고 파업이 조기 종료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코레일에 당부했다.

이에 앞서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파업 관련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손 사장은 “철도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철도공사 사장으로서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편 한국철도(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운행 취소된 열차편은 KTX 82편, 새마을‧무궁화 등 일반열차 116편 등 총 198편이며 오전 11시 기준 운행이 취소된 열차 표를 예매하고 아직 해당 승차권을 환불 및 반환하지 않은 좌석은 1만6000여 석에 달한다.

코레일 철도노조 파업 참가율은 22.8%로 집계됐다. 필수 근무인력을 제외한 출근 대상자 1만2780명 중 2936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파업 참가자 중 복귀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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