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하락 '진정'…삼성·하이닉스, '내년 투자 고민'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0.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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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수급 전망 두고 수읽기 치열…연말 가격추이 따라 투자 규모 등 전략 구체화

D램 가격하락 '진정'…삼성·하이닉스, '내년 투자 고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 등 반도체 제조업계의 투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시장 수요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감산 계획까지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1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이 지난 9월 평균 2.94달러로 전달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7.25달러에서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줄곧 내리막을 타면서 60% 가까이 떨어졌다가 2개월째 하락세를 멈춘 것.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28Gb 16Gx8 MLC 기준)도 지난 9월 평균 4.11달러로 전달 수준을 유지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한 뒤 7, 8월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인텔과 AMD가 차세대 CPU(중앙처리장치)를 내놓고 PC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다소나마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개선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D램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에 보탬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올 3분기 18%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던 D램 가격이 예상 밖의 완만한 낙폭을 보이면서 시장에선 업황 반등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3분기 전체로 볼 때 D램 가격은 11.18% 하락했고 낸드플래시는 4.58% 반등했다.

D램 가격 바닥은 10월 고정거래가격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등 대다수 기업이 통상 분기 단위로 계약하고 월별로는 수급 변동사항을 추가 반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4분기가 시작하는 10월 가격이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말 감산을 계획했던 업계에선 시장 수요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안에 재고를 어느 정도 해소하면 내년 7~8월 도쿄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상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업황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일본 도시바메모리 정전사태 등으로 공급이 크게 줄면서 이미 재고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수는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국제정치 역학구도다.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면서 촉발된 세계적인 경기둔화가 반도체 업황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미묘한 변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채널에선 투자확대 등 긍적적인 소식보다 신중론이 많은 게 이 때문이다. 반도체는 설비·투자산업이기 때문에 최소 1년 이상 앞선 투자 규모가 향후 실적을 가른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D램 제조사의 내년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내년 D램 시장 연간 성장률이 12.5%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감산 규모와 선제투자 규모 등을 두고 반도체 제조사들이 치열한 수읽기에 돌입했다"며 "연말 메모리반도체 가격 추이에 따라 경영전략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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