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LG가 뽑은 CEO, 공통점은 '재무통'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9.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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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보좌 역할에서 직접 CEO로…실적방어·사업구조 재편 임무

삼성·현대차·LG가 뽑은 CEO, 공통점은 '재무통'


재계 재무통이 급부상하고 있다. 곳간지기라는 특성상 요직에 배치되기 마련이지만 최근 들어 조타수 역할을 넘어 선장으로 약진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져 실적 방어가 중요해진 데다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사업구조 재편이 현안으로 떠오른 탓이다.

대표적 사례가 LG디스플레이 (10,320원 ▲40 +0.39%)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6일 긴급 이사회에서 실적악화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한상범 부회장(CEO·최고경영자) 후임으로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선임했다.



정 사장은 LG그룹에서 손꼽히는 재무 전문가다. LG전자 (90,800원 ▲200 +0.22%)LG화학 (373,500원 ▲500 +0.13%), LG생활건강 (392,000원 ▲16,500 +4.39%)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지냈다. LG디스플레이에서도 2008~2014년 CFO로 재직했다. 주력 계열사의 사업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그룹 차원의 위기의식이 정 사장 선임에서 드러났다는 게 재계 평가다.

LG그룹 지주사 ㈜LG (78,900원 ▲1,000 +1.28%) 대표이사인 권영수 부회장도 LG전자 CFO를 지낸 재무통이다. 권 부회장이 2007~2011년 LG디스플레이 CEO를 맡았을 때 CFO가 정 사장이었다. 권영수-정호영 콤비는 당시 적자 실적이었던 LG디스플레이를 흑자로 돌려세우는 데 성공했다.



LG그룹 한 인사는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 지난 1년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그룹 전체가 숫자 경영을 최우선하는 분위기"라며 "의사결정 라인이 재무전문가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두산그룹에서도 최근 재무통 인사들을 주요 라인에 전면 배치했다. 'CEO-CFO 각자 대표체제'를 구축, 재무라인에 힘을 싣는 추세다.

그룹 지주사인 ㈜두산 (137,600원 ▲2,600 +1.93%)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김민철 지주부문 CFO(부사장)가, 두산중공업 (16,210원 ▲350 +2.21%)은 박지원 두산 회장과 최형희 재무관리부문장(부사장)이, 두산인프라코어 (8,020원 ▲50 +0.63%)는 손동연 사장과 고석범 재무관리부문장(전무)가 각자 대표로 회사를 이끈다.


SK그룹이 지난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 부사장으로 최규남 제주항공 전 대표를 깜짝 발탁한 배경 역시 최 부사장의 23년 금융투자부문 경력이었다는 분석이다. 최 부사장은 비즈니스모델 개발, 해외기업 M&A(인수·합병)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 9대 회장으로 취임한 최정우 회장은 50년 포스코 역사에서 첫 재무통 CEO다.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에서 CFO, 기획재무본부장, 경영전략실장을 지냈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에선 이상훈 이사회 의장이, 현대차 (249,500원 ▼500 -0.20%)그룹에선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통한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경영 불확실성과 새로운 전략 설정에 당면한 기업이 숫자에 밝은 재무통 리더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며 "현재 사업구조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운 현실에서 실적 방어와 사업 재편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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