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굶주림 피해 탈북한 모자, 서울 한복판서 아사"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9.22 14:44
글자크기

NYT "韓 정부, 북한과 관계 개선 꾀하며 탈북민 지원 주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웹사이트 홈페이지 갈무리. '그녀는 북한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서울에서 배를 곯았다.(She Fled North Korea, then starved in Seoul)'는 제목의 탈북민 모자 관련 기사가 메인에 올라와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웹사이트 홈페이지 갈무리. '그녀는 북한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서울에서 배를 곯았다.(She Fled North Korea, then starved in Seoul)'는 제목의 탈북민 모자 관련 기사가 메인에 올라와 있다.



"그녀는 북한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서울에서 배를 곯았다."


미 CNN방송은 지난 7월 '탈북민 모자 아사(굶어 죽음) 사건'을 두고 이렇게 제목을 붙였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외신은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 추모제를 보도하며 한국 내 탈북자들 복지 사각지대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21일 CNN, NYT 등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탈북민 모자를 추모하는 노제와 시민 애도장 행사를 보도했다.



탈북민 한모씨(42)는 지난 7월 3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아들 김모군(6)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이나 타살 정황이 없고, 발견 당시 자택에 음식이 하나도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아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사망 약 2개월 만에 발견된 이들 모자의 집에 있던 유일한 식료품은 고춧가루뿐이었다.

CNN은 이 사건이 탈북민을 위한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반발을 불러오며 "사회적 논란(lightning rod)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NYT는 "고향인 북한의 기근을 피해 도망친 탈북민이 아시아 최대 부국 중 하나인 한국에서 가난에 시달리다 외롭게 죽었다는 사실은 국가적인 뉴스가 됐다"며 "한국의 탈북민이 겪은 어려움을 충격적으로 상기시켰다(shocking reminder)"고 설명했다.



NYT는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북한의 기근을 도망쳐온 그녀가 한국의 중심지에서 굶어 죽었다는 사실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국은 음식이 너무 많아 다이어트가 유행하는 곳"이라는 발언을 인용했다.

CNN에 따르면 1998년 이후 한국으로 유입된 탈북민은 3만2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1137명이 지난해에 탈북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지난 7월 임대아파트에서 아사(餓死·굶어 죽다)한 탈북민 모자를 추모하는 노제가 열리고 있다. 2019.9.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지난 7월 임대아파트에서 아사(餓死·굶어 죽다)한 탈북민 모자를 추모하는 노제가 열리고 있다. 2019.9.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NN은 현재 탈북민을 위한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으나, 탈북민 단체는 더 큰 변화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탈북민은 한국에 입국하면 정착기본금으로 800만원을 받고, 2인 가구는 6개월동안 매달 87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CNN은 "이는 2인가구 기준 중위소득인 290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통일부가 지난해 2만5000명 이상의 탈북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실업률은 6.9%로, 평균 실업률보다 2.9%포인트 높았다. 또한 응답자 중 약 60%는 "자녀돌봄이 취업에 지장을 준다"고 답했다. 한씨 역시 뇌전증을 앓는 아들을 맡길 곳이 없어 취업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 김정아씨(43)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도 한씨와 비슷한 처지라고 전했다. 김씨는 "아이를 돌봄센터에 맡기고 일을 알아보려 하자, 복지 담당자가 돌봄센터를 이용하면 지원금이 끊길 것이라고 했다"며 "애를 등에 업고 면접에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김씨는 북한과 관련된 강의나 TV 출연 등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근근이 수입을 벌고 있다.

또한 김씨는 "한국인들은 탈북민이 겪는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해 간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최근 몇 년동안 정부가 북한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며 탈북민 지원은 정치적 우선순위로 다뤄지지 않았다"며 "경제 성장이 둔화하자 탈북민을 고용시장의 경쟁자로 인식하며 이들을 위한 보조금을 올리는 것에 저항하는 목소리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