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창업 기업 문 두드리는 공대생들, 이유 들어보니…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09.19 15:13
글자크기

2019 청년 과학기술인 일자리 박람회 개최…과학기술원 창업기업 20곳 참가

2019 청년 과학기술인 일자리 박람회 현장 모습/사진=산기협2019 청년 과학기술인 일자리 박람회 현장 모습/사진=산기협


취업준비생 김우진(25)씨는 실험실 창업 기업에 취업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공대생들 사이에서 ‘핫’한 체성분분석기업 ‘인바디’의 경영 철학과 방식이 마음에 들어 면접을 보러왔다고 했다. 인바디는 창사 20여년 만에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을 통해 체성분 분석기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헬스케어기업이다. 카이스트(KAIST)에서 기계공학 석사, 미국 유타대에서 생체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공학도 출신 차기철 씨가 대학 연구실에서 갈고 닦은 기술로 창업한 회사다. 김 씨는 “인바디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 주제를 정해 그 일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과제업무제도’가 있다”며 “연구비 지원도 빵빵하고, 대학 졸업 후에도 내가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대학 실험실에서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버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 개발할 수 있는 실험실 창업 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공대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19일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19 청년 과학기술인 일자리 박람회'에는 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학기술원에서 배출한 창업기업 20곳이 참가했다. 대학 실험실에 잠자던 기술 씨앗들을 싹을 틔워 이제는 중소·중견기업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는 실험실 창업 기업들이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우측에서 2번째),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우측)이 2019 청년 과학기술인 일자리 박람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산기협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우측에서 2번째),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우측)이 2019 청년 과학기술인 일자리 박람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산기협
의료·산업기기 영상 전문업체 뷰웍스에도 일찌감치 면접을 보기 위해 온 취업준비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곳에 지원서를 넣은 취업준비생 김남운(26)씨는 “광학 분야를 전공하면서 현재 국내 영상의료기기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력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시장을 확대할 어떤 트리거(기폭제)가 있다면 외산업체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르게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 처음으로 지난해 5월 자율주행임시운행허가를 획득한 ‘소네트’는 이번 박람회에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할 인재를 뽑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DGIST 연구원 창업 1호 업체이다. 손준우 DGIST 동반진단의료기술융합연구실 책임연구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총 1738개의 실험실 창업 기업이 설립됐다. 특히 지난해 총 442개 기업이 설립돼 1274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허재용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양성과장은 “실험실 창업 지원을 확대해 시스템반도체 등 혁신 분야 창업기업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19 청년 과학기술인 일자리 박람회 현장 모습/사진=산기협2019 청년 과학기술인 일자리 박람회 현장 모습/사진=산기협
한편, 과학기술원들은 대학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 고급 과학기술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중이다. KAIST 김보원 기획처장은 “4대 과기원이 모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혁신 통합 자문센터’를 만들 계획”이라며 “실험실 창업 기업들이 중소·중견 단계를 넘어 대기업 입구까지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DGIST 한상철 산학협력단장은 “R&D 지식 자산 관리 차원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마케팅과 세일즈”라며 “실험실 창업 기업들의 지식재산을 전국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웹 기반 플랫폼을 내달 중순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단장은 이를 통해 실험실 창업 기업들이 내놓는 연구성과 및 특허가 저평가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