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박용만의 한탄

머니투데이 부산=심재현 기자 2019.09.18 16:30
글자크기

전국 상의 회장 회의 개최…신사업 관련 법안 등 규제개혁 촉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전국 상의 회장 회의 전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의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전국 상의 회장 회의 전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의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론을 강하게 호소했다.

박 회장은 이날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전국 상의 회장 회의 직전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총력대응을 해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인데 경제현안을 두고 제대로 논의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권이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규제,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테러에 따른 유가급등 등 대내외 경제·민생현안을 제쳐 둔 채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로 정쟁에 함몰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점점 어려워지고 총력대응이 필요한 시점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정치사회 현안이 도대체 뭔지 회의가 든다"는 하소연은 토로에 가까웠다.



박 회장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세계 경제가 다운턴(하락국면)"이라며 "단순한 다운턴으로 보기엔 예측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고 진단했다. 또 "통상임금·최저임금·52시간 근무제 등 시대에 맞춰가는 변화라고 하지만 단기간에 기업 원가압박 요인이 누적되고, 각종 규제로 기업 손발이 묶인 상황은 개선된 게 안 보인다"며 "정치도 끝없는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런 대내외 요인이 한 두 개만 쌓여도 힘든데 종합세트로 다가오는 상황"이라며 "지난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각자 자기 밥그릇 챙기는 것은 보이는데 밥 짓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2달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없어서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향후 경제를 전망할 땐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박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경제현안 논의는 실종 상태"라며 "이렇게 경제가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되면 기업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기업활동 결과로 먹고사는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헤쳐나갈 앞길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이어 "열강들의 힘겨루기로 생긴 대외 어려움을 우리 힘으로 바꾸기 어렵다면 우리 내부에서 할 일을 빨리 처리해서 대외 위협요인을 상쇄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경제가 안 풀리면 정치가 풀어줄 수 있지만 정치가 안 풀리는 것은 경제가 어떻게 풀어주겠냐"는 반문에서 정치권에 대한 답답함이 짙게 묻어났다.

최근 정부 경제정책과 올해 경제성장률 2%대 초반 전망에 대해선 긍정 반, 부정 반의 평가를 내놨다. "올해 2%대 초반 경제성장률 전망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이어서 수치는 나쁘지 않지만 속내용을 보면 민간기여율이 30%로 사실상 정부 재정으로 충당한 성장"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재정으로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나오는 방안을 썼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민간기여율이 낮은 것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간담회 이후 진행된 상의 회장 회의에서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기업 관련 플랫폼 개혁'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정치권, 특히 국회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기업 투자 활동이 부진한 게 폐쇄적 규제 환경과 무관치 않다"며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부디 쟁점 없는 법안만이라도 우선 통과시켜 주시길 호소한다"고 요청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규제개혁이 시급하다"며 국회의 관련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박 회장은 "산업의 물꼬가 바뀌려면 토양을 바꿔줘야 하는데 이런 토양과 플랫폼을 바꾸지 않으면 어떻게 다른 물꼬가 가능하겠냐"며 "20대 국회 들어와서 국회가 제대로 열린 적이 없는데 어느 한쪽을 지적하기보다 국회 전체가 작동을 안 하고 있는데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성장 지원책을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산업구조 고도화와 구조조정 재원이 일부 취약한 기업의 연명에 쓰이고 있다는 일선 현장의 의견이 여전하다"며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기업에 많은 재원이 배분될 수 있도록 정책별 인센티브 구조를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선 "지금까지는 최종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을 썼다면 이젠 소재·부품·장비산업도 강화해야 한다"며 "특정국가나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근본적으로 탈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상의 회장단도 악화되는 대외 경제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혁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을 되살려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나가자"고 독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 회장과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을 비롯해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이강신 인천상의 회장, 정창선 광주상의 회장 등 전국상의 회장단 50여명이 참석했다. 오거돈 부산광역시장도 참석해 상공인들을 격려했다. 초청 강연자로 이원덕 국민대 교수가 '한일문제 등 한반도 정세변화 대응'에 대해 강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전국 상의 회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의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전국 상의 회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의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