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추고 상장 늦추고… 위워크의 '고전'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9.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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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상장시점 이달 말→10월 이후"
수익 논란 위워크 "연내에는 상장완료"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가 결국 예상보다 상장(IPO)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위워크는 증시 데뷔를 앞두고 기업가치의 적정성·수익성·지배구조를 둘러싼 우려가 잇따라 나왔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전날 늦은 오후 위워크의 모회사인 '더 위 컴퍼니(The We Company)'는 최근 상장 지연설에 대해 "위 컴퍼니는 올해 말까지 IPO를 완료하길 기대하고 있다"며 "진행중인 약속에 대해 직원, 회원, 파트너들께 모두 감사하고 싶다"고 짧게 밝혔다. 이는 회사가 상장 연기를 심각하게 고려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른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하루 전 CNBC 등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상장으로 가는 길 도중에 발생한 일련의 차질로 인해 더 위 컴퍼니는 위워크의 상장 움직임을 지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이달 23일 나스닥에 상장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이번주부터 공식적인 마케팅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보도에 따르면 다음 달 이후에나 상장이 가능하다는 예측들이 나왔다.

위워크 상장이 벽에 부딪친 데에는 부진한 수익성, 기업가치 적정성, 지배구조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려 불식을 위해 회사 측은 지난주 위워크 지배구조에 전면적 변화를 도모할 것이라 밝혔다. 회사가 연말까지 독립 이사를 선임한다는 계획, 공동 창업자 겸 대표이사인 아담 노이만의 주(株)당 의결권을 기존 20표에서 10표로 축소한다는 점, 노이만 대표의 보유 주식은 IPO 이후 1년간 보호예수되면서 2~3년간 10% 이상의 지분을 팔지 않을 것이란 점 등이 변화에 포함됐다.

이밖에 10년 안에 노이만 대표가 사망하거나 영구 장애를 입을 경우 후임자 결정 과정에서 그의 부인이자 공동 창업자인 레베카 노이만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란 조항도 삭제됐다.

이같은 변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상장 연기설이 나오게 된 것은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시키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위워크의 최대 주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 계열사로 현재 지분율은 29%다. 전일 WSJ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가 상장 과정에서 위워크 지분 7억5000만달러(약 8920억원)를 사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장에 풀리게 되는 위워크의 지분 가치를 높이면서 투자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문제는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1000억달러(약 118조9300억원) 상당의 비전펀드의 주요 투자자인 중동계 큰 손이 위워크 투자를 탐탁지 않아 했다는 데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 투자자들은 차기 비전펀드에서 위워크와 관련된 역할을 재고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는 투자로부터 나온 이익만을 차기 투자에 투입한다는 계획중이고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투자공사는 투자규모를 100억달러 아래로 축소한다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보도했다.

PIF는 기존 비전펀드에 450억달러를, 아부다비 무바달라 투자공사는 150억달러를 투자할 것을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또 지난 7월, 2차 비전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두 주요 투자자의 부분적 퇴보(투자 축소)는 유망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회사에 거액을 베팅해온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자금 모금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위워크(에 대한 투자)는 다른 어떤 스타트업보다 더 대담한 스타일로 상징돼 이 기업의 상장의 성공 혹은 실패는 손 회장의 미래 거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 중동 주요 투자자들은 위워크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온 것으로 줄곧 보도됐다. 지난해 말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와 함께 160억달러를 투자해 위워크 지분의 과반 이상을 확보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결국 올 초 20억달러 추가 투자에 그친 데에도 중동계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보도들이 나왔다.

/사진=위워크 홈페이지/사진=위워크 홈페이지
실제 올 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위워크 기업가치는 47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분석들이 나왔지만 상장 시기가 가까워옴에 따라 200~300억달러에 그칠 것이란 전망, 최근에는 100~150억달러 수준밖에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들까지 나왔다. 기업가치가 1년도 채 안돼 3분의 1토막 수준으로 내려온 셈이다.

위워크는 대형 사무실을 장기 임대한 다음 그 공간을 다시 이용자(개인·기업)들에게 단기로 빌려주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공실이 발생하더라도 회사는 건물주에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위워크는 외형은 성장 중이나 늘어나는 순손실액이 꾸준히 숙제로 지적돼왔다. 2010년 설립된 위워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18억달러, 올해 상반기는 15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지난해 순손실액(16억1000만달러)을 포함해 지난 3년 동안 29억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고, 올해 상반기에도 6억897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위워크 상장이 내년으로 넘어간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상장이 늦어질 경우 위워크가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장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위워크는 펀딩을 받기 위해 다른 곳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위워크는 당초 IPO를 통해 최소 30억달러의 자금을 모금하는 한편 IPO를 기반으로 60억달러의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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