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내 사이…젊은 남편은 추석이 두렵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9.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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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간 중재자 역할 나선 2030 남성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 4년 차인 김상원씨(가명·37)는 4년째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이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도 처가 먼저 가자는 아내와 추석 전날과 당일엔 꼭 집에 오라는 어머니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았다. 절충안을 고안해내도 매번 갈등은 생기기 마련. 올해 추석엔 부디 어머니가 "하룻밤 자고 가"라고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남성들에게도 '명절'은 스트레스다.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 놓인 2030 남편들은 명절에 의견 차이가 생길 때마다 어느 편도 들 수 없어 난감하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해 성인남녀 22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5명(52.0%) 이상이 명절증후군을 겪었다고 답했다. '명절 스트레스'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것을 증명하듯 명절증후군을 겪었다고 답한 기혼 여성 응답자는 무려 81.6%. 여성보다 낮지만 기혼 남성도 67.6%가 고된 명절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증후군이 어떤 형태로 나타났는지 묻는 질문(복수응답)에는 '스트레스'라는 응답이 48.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의욕상실(33.7%) △
피로(25.3%) △소화불량(24.5%) 등의 증상이 뒤를 이었다.



남성들은 명절 스트레스는 주로 중재자나 촉진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생긴다. 가부장적 가치를 그대로 답습한 부모님과 연휴를 보다 편하고 효율적으로 보내려는 아내의 가치관 차이를 중재하며 내적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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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 연휴에 어머니와 '한바탕한' 직장인 김모씨(31)는 이번 추석도 걱정이다. 음식 장만을 혼자 하게 내버려 두면 다신 시가에 가지 않겠다는 아내의 '폭탄선언'에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갔지만, 어머니는 그런 김씨를 만류했다. 김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방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김씨가 말을 듣지 않자 결국 어머니는 "나 혼자 할 테니 둘 다 나가라"며 고함을 질렀다.

김씨는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아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게 돼 정말 미안했다. 이해해주지 않는 어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부모님 세대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란 생각도 들었다"며 "이번 추석에도 주방에 들어갈 건데 어머니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너무 어렵다. 그냥 명절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내년 결혼을 앞둔 직장인 임모씨(29)는 "결혼 날짜까지 다 잡은 상태라 추석 때 양가에 인사드리러 간다. 여자친구가 이번에 가서 부모님께 내년부터 설엔 처가, 추석엔 시가에 가겠다고 확실히 말해달라고 했다 부모님이 못마땅해하실 모습이 눈에 선해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가 다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족 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성세대는 성차별적 명절 관습에 이미 물들어 있다"며 "자칫하면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어 여성들은 먼저 이야기 꺼내길 힘들어하는 편이다. 남성이 먼저 문제를 자각하고 틀을 깨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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