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너스금리 채권잔고는 올해 5월 8조 달러였는데 8월말에는 17조 달러로 급등했다. 전체 채권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서 25%로 상승했다.
마이너스금리 채권이 이처럼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리와 채권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아야 한다. 우선 채권을 사려는 자금이 늘어나면 당연히 채권가격이 상승한다.
또 하나 봐야 할 것은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자금을 푸는 방식이다. 정부의 재정지출도 있으나 중앙은행을 통해 국공채, 회사채 등 채권을 사들이는 비중도 막대하다.
일례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를 일으키기 위해 2008년 말 기준금리를 제로(연 0~0.25%)로 낮춘 후 6년간 채권 매입 등으로 4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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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도 이와 유사하다. 세계 각국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일제히 자금을 풀고 있다. 이 자금이 일시에 몰리다 보니 채권 가격상승(금리하락)이 이뤄진 것이다.
이런 흐름을 잘 타면 마이너스 금리에서도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금리)은 지난해 10월 0.4%대에서 올해 8월 사상 최저점인 마이너스(-) 0.72%까지 하락했는데 투자은행 바클레이즈(Barclays)는 이 기간 해당 국채 투자로 9%대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독일 국채 강세는 유럽 중앙은행(ECB) 자금유입 영향이 컸다. ECB는 유로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3월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시작해 지난해 말 종료했는데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만 2조6000억 유로다. ECB는 올 7월 통화완화 추가정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내가 산 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로 채권을 사줄 투자자들이 있으면 마이너스 금리에서도 이익이 난다"며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현재보다 더 낮은 금리에도 채권을 매수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채권가격 강세를 끌고 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즈 사례처럼 마이너스 금리 채권 차제로도 수익이 나는데 여기에 금리 선물과 옵션, 그리고 다양한 파생상품을 연계해 거래하면 수익률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환차익이나 다양한 프리미엄 거래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윤 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경우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메리트로 부상한다"며 "달러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발행된 국가의 통화와 1년만 교환해줘도 2%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만기에 따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틈새 거래 △위험자산 대피처로 안전한 채권에 투자해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수요 등도 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계속 이익을 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중이라 채권가격이 추가 강세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편에선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타결되고 경기침체 우려가 줄어들면 금리가 오르며 채권버블이 터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비중확대 등 채권수요 확대요인이 있지만 금리가 이미 크게 낮아진만큼 채권가격은 변동성 확대 부담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