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트럼프가 달라졌어요"…中 휴전 제의에 "오늘 협상"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8.30 07:11
글자크기

[월가시각] 트럼프 "오늘 중국과 '다른 급' 협상 예정"…中 "관세 취소하고 무역전쟁 고조 막아야" 화해 손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최근 며칠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발언이 유화적으로 바뀌었다. 평소 시장 반응에 크게 신경을 쓰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중국과 정면대결로 갈 경우 시장에 거기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카츠 세븐포인츠캐피탈 파트너)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중국과 '다른 급'(at a different level)의 무역협상이 예정돼 있다"며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에 불을 지폈다. 다음달 1일 약 1500억달러(약 18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의 15% 관세 발동이 예정된 가운데 이날 협상으로 추가관세 부과가 미뤄질지 주목된다.



앞서 중국은 미국에 사실상 관세전쟁 휴전을 제안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충분한 대응 수단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 정말 논의해야 할 문제는 총 5500억달러(약 670조원) 상당의 중국산 상품에 부과한 관세를 취소하고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에 보복관세로 맞서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사실상 미국에 화해의 손짓을 보낸 셈이다. US뱅크프라이빗자산운용의 제프 지퍼 상무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인내심을 읺어가고 있다"고 했다.



최근 중국의 관세보복과 미국의 재반격으로 격화됐던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뉴욕증시는 랠리를 펼쳤다.

이날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26.15포인트(1.25%) 오른 2만6362.25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36.64포인트(1.27%) 상승한 2924.5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16.51포인트(1.48%) 뛴 7973.39에 마감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대화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데 주목했다. 지난 26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에서 두차례나 미국 측에 전화를 걸어 무역협상 재개를 요청했다"며 "우리는 조만간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CMC마켓츠의 데이비드 매든 애널리스트는 "무역전쟁에 대한 희망적인 발언이 시장의 분위기를 띄웠다"며 "미중 무역 문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미중 무역전쟁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였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23일 농산물과 원유 등 미국산 상품 750억달러(약 90조원) 어치에 대해 9월1일과 12월15일로 나눠 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5%포인트씩 인상하겠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 하나 하나에 의미를 둬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BOS의 제프리 블랑차드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즉흥적"이라며 "그의 태도 변화는 나를 더 낙관적으로 만들지도, 비관적으로 만들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날 나온 경기지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잠정치는 2.0%로 속보치 대비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1/4분기 성장률 3.1%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기업투자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2/4분기 4%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3/4분기 3.4%, 4/4분기 2.2%로 내림세를 보이다 올 1/4분기 3.1%로 반짝 반등했었다.

로이터통신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이 올해 미국의 성장률을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치인 3%보다 낮은 2.5%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1만5000건으로, 전주에 비해 4000건 늘었다. 이는 당초 전문가들이 제시한 전망치에 부합한다고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전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고용시장 사정이 나빠졌음을 뜻한다.

또 이날 노동부는 이전 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21만1000건으로 2000건 상향 조정했다. 4주 평균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500건 줄어든 21만4500건으로 집계됐다.

어닝스카우트의 닉 라이츠 CEO(최고경영자)는 "만약 무역전쟁이 계속되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 중앙은행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린 경기침체로 갈 것"이라면서도 "중앙은행이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