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점차 냉정을 되찾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더욱 심한 장단기 금리역전이 벌어졌지만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금리역전이 반드시 단기간 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건 아닐 수 있음을 시장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 국채 가운데 최장기물인 30년물 금리는 한때 1.91%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1.94%로 마감하며 최단기물인 3개월물 금리(1.99%)를 여전히 하회했다.
그동안 미 국채시장에서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은 1978년 이후 총 5차례 발생했으며 이후 예외없이 약 2년 뒤 경기침체가 이어졌다.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 경기침체가 나타날 때까지 걸린 시기는 평균 22개월이었다.
그러나 경기 전망이 아닌 채권시장 수급의 문제로 장단기 금리역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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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양적완화(QE) 차원에서 미 장기 국채를 싹쓸이한 게 이번 장단기 금리역전의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미 장기 국채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는 얘기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연준이 양적완화로 불어난 보유 자산을 줄이기 위해 9월말을 기한으로 미 국채를 내다팔고 있지만, 여전히 연준이 보유한 미 국채는 2조달러(약 2400조원) 어치에 달한다.
독일과 일본 등 다른 주요 선진국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도 상대적으로 미 국채의 매력을 키운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금리가 마이너스인 국채는 전세계에서 15조달러(약 1800조원)에 달한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은 금리역전 심화에도 불구하고 반등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58.20포인트(1.00%) 뛴 2만6036.1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8.78포인트(0.65%) 상승한 2887.94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9.94포인트(0.38%) 오른 7856.88에 마감했다.
국제유가 상승 소식에 정유주인 쉐브론과 엑슨모빌이 각각 0.8%, 0.7% 오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원유 재고량 급감을 호재 삼아 이틀째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5센트(1.55%) 오른 55.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10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밤 9시35분 현재 배럴당 94센트(1.58%) 상승한 60.4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미국 EIA(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량은 약 1000만배럴 줄었다. 앞서 전문가들이 예상한 감소분 200만배럴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선 주식시장이 장단기 금리역전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릴라 트레이드의 켄 버만 전략가는 "지금은 국채시장이 증시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는 한 장단기 금리역전이 주식시장에 타격을 주는 상황이 끝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마크 해펠레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위험이 높아졌다"며 "중앙은행과 정부가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할 순 있지만, 주가가 오를 여지는 작아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