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역전 됐다고 꼭 경기침체 오란 법 있나요"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8.2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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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뉴욕증시, 금리역전 악화에도 반등…"장단기 금리역전 불구 1년내 경기침체 가능성은 20% 미만"

"금리역전 됐다고 꼭 경기침체 오란 법 있나요"


"이번 장단기 금리역전은 전세계 채권시장의 강력한 왜곡에 따른 결과일 뿐 꼭 경기침체를 예고한 건 아니다. 균형잡힌 시각에서 볼 때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 가능성은 20%도 안 된다." (프라자크타 바이드 MRB파트너스 전략가)

시장이 점차 냉정을 되찾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더욱 심한 장단기 금리역전이 벌어졌지만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금리역전이 반드시 단기간 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건 아닐 수 있음을 시장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날 미 국채시장의 벤치마크 10년물 금리(수익률)는 장중 한때 2년물 금리를 6bp(1bp=0.01%포인트) 차이로 밑돌았다. 전날 5bp보다 금리역전 폭이 더 커진 것으로, 2007년 이후 최대 폭이다.

미 국채 가운데 최장기물인 30년물 금리는 한때 1.91%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1.94%로 마감하며 최단기물인 3개월물 금리(1.99%)를 여전히 하회했다.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긴 장기물은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만약 그 반대라면 시장이 미래 투자자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란 점에서 경기침체의 징후로 해석된다. 경제학적으로 경기침체는 GDP(국내총생산)가 두 분기 이상 연속으로 역성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동안 미 국채시장에서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은 1978년 이후 총 5차례 발생했으며 이후 예외없이 약 2년 뒤 경기침체가 이어졌다.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 경기침체가 나타날 때까지 걸린 시기는 평균 22개월이었다.

그러나 경기 전망이 아닌 채권시장 수급의 문제로 장단기 금리역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양적완화(QE) 차원에서 미 장기 국채를 싹쓸이한 게 이번 장단기 금리역전의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미 장기 국채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는 얘기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연준이 양적완화로 불어난 보유 자산을 줄이기 위해 9월말을 기한으로 미 국채를 내다팔고 있지만, 여전히 연준이 보유한 미 국채는 2조달러(약 2400조원) 어치에 달한다.

독일과 일본 등 다른 주요 선진국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도 상대적으로 미 국채의 매력을 키운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금리가 마이너스인 국채는 전세계에서 15조달러(약 1800조원)에 달한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은 금리역전 심화에도 불구하고 반등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58.20포인트(1.00%) 뛴 2만6036.1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8.78포인트(0.65%) 상승한 2887.94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9.94포인트(0.38%) 오른 7856.88에 마감했다.

국제유가 상승 소식에 정유주인 쉐브론과 엑슨모빌이 각각 0.8%, 0.7% 오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원유 재고량 급감을 호재 삼아 이틀째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5센트(1.55%) 오른 55.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10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밤 9시35분 현재 배럴당 94센트(1.58%) 상승한 60.4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미국 EIA(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량은 약 1000만배럴 줄었다. 앞서 전문가들이 예상한 감소분 200만배럴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선 주식시장이 장단기 금리역전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릴라 트레이드의 켄 버만 전략가는 "지금은 국채시장이 증시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는 한 장단기 금리역전이 주식시장에 타격을 주는 상황이 끝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마크 해펠레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위험이 높아졌다"며 "중앙은행과 정부가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할 순 있지만, 주가가 오를 여지는 작아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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