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은 “법원 판단에 존중한다”며 환호했고 방통위는 당혹해했다.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광고 수익을 챙기면서도 망 사용료 분담 문제에 소극적이던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날개를 달아준 판결이라는 반발도 있다. 방통위는 항소 의지를 피력했다.
2016년 말~2017년 초 페북이 국내 주요 통신사 접속 경로를 임의로 바꾼 게 이번 소송의 발단이다. 페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전용 캐시서버 설치 요구했다가 불발되자, 이들 통신사들의 접속 경로를 한국에서 홍콩, 미국 등 해외 서버로 바꿨다.
실태 조사에 착수했던 방통위는 지난해 3월 페북이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북은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법원은 페북 손을 들었다. 방통위의 제재 근거가 약하고, 콘텐츠 사업자에게 서비스 품질의 책임을 물으려면 더 명확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판결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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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페북의 접속경로 변경 조치로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발생하긴 했어도 이를 이용자 이익저해로까지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용의 '지연'은 있었지만 이용을 '제한'한 행위로는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이용자 보호만을 내세워 '이용 제한'의 내용과 방식을 포괄적으로 해석할 일은 아니라고도 봤다. 또 이용 제한 대상인 전기통신서비스의 경우 페북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한정해 해석해야 하고, 콘텐츠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제제 조치를 부과하는 건 책임주위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판단했다. 접속 경로 변경으로 인한 품질 수준 역시 정상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도 했다.
◇망 품질 "나 몰라라" 글로벌CP에 면책 우려= 이번 조치에 대해 페북은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만족해했다. 반면 방통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할 예정"이라며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간 규제는 동일해야 한다"고도 했다.
진성철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에서 열린 '접속 속도 장애 과징금' 관련 페이스북이 제기한 방송통신위원회 상대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 판결이 나온 후 법원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콘텐츠 공룡들이 막대한 수익을 벌면서도 정작 서비스 원천인 네트워크 품질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방통위가 추진 중인 망 사용료 산정 가이드라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망 사용료 산정 가이드라인은 국내는 물론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방통위는 "이번 판결과 방통위가 마련중인 망이용료 가이드라인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