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방통위에 승소…고민 깊어지는 통신사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19.08.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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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 더 심화될 것" 우려…"소비자 피해 재발 방지 위한 법 제도 마련 속도내야" 의견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 코리아 사무실/사진=이기범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 코리아 사무실/사진=이기범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미국 페이스북(페북)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페북의 손을 들어주면서 글로벌 콘텐츠 공급자(CP)와 망 이용료 협상을 벌여야 하는 국내 통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방통위의 페이스북 징계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 이용료를 내지 않던 글로벌 인터넷 공룡들에 대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의 시작으로 여겨졌던 만큼 이번 판결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에서 접속경로 변경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인정되지 않은 점을 지적,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법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페북 아일랜드 리미티드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판결은 이용자 기반 우위를 앞세워 사실상 한국 통신망을 사실상 공짜로 써온 해외 콘텐츠사업자(CP)들의 관행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외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하지만 법원이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상 CP는 망 관리 및 유지에 책임이 없다는 근거가 마련된 만큼 통신사들은 향후 망 이용료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데이터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이 국내 통신사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보다 더 우월적인 위치를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한해에 많게는 수백억원의 망 이용료를 지급해 온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과 해외 CP간 역차별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날 판결은 이용자 피해에 관한 것이고 사실상 망 이용료 협상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면 망 이용료 협상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게 사실"이라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통위는 "향후에도 글로벌 콘텐츠 제공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이익 침해 행위에 대해서 국내사업자와 동등하게 규제를 집행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추후 유사한 이용자 피해가 재발할 경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 마련히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제도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날 판결로 우려되는 점은 앞으로 유사한 이용자 피해가 또다시 발생할 경우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방통위도 이날 판결이 나온 직후 "페이스북에 대한 과징금 처분은 유사한 행위의 재발을 막고 이용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판결문 등을 참조해 제도적인 미비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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