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부드럽게" …소프트로봇용 인공근육 '첫선'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08.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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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오일권 교수팀 주도…차세대 나노물질 ‘맥신’ 전극소재로 활용

수선화 꽃이 피는 과정과 나무 위에 앉은 나비들의 날개짓을 개발한 소프트 액츄에이터로 시연한 모습/자료=KAIST  수선화 꽃이 피는 과정과 나무 위에 앉은 나비들의 날개짓을 개발한 소프트 액츄에이터로 시연한 모습/자료=KAIST


나비가 날개짓 하듯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는 소프트 로봇용 인공근육(소프트 액츄에이터)을 오일권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소프트로봇은 기존 금속성의 딱딱한 로봇과 달리 천이나 고무 같은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해 사람의 근육처럼 유연하게 움직인다. 특히 좁은 곳을 통과할 수 있고, 접촉하는 대상에 미치는 충격이나 손상을 줄일 수 있어 유연 내시경, 수술용 바늘 등 의료 분야나 탐사, 재난구조 등의 분야에서 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히어로’에 등장하는 소프트로봇 베이맥스는 공기압을 이용해 부풀리고 움직임을 유도하는 ‘공압식 소프트 액츄에이터’를 적용한 것이다.

실제로 연구현장에서도 이 같은 방식의 로봇 연구가 한창이나 액츄에이터가 크고 무거운데다 소모전력도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낮은 전압·전력으로 구동되고 생물체가 움직이는 것과 같이 부드러운 형상변형이 가능한 ‘이온성 소프트 액츄에이터’에 대한 연구가 최근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이온성 소프트 액츄에이터를 적용한 인공근육은 구동 수명이 짧은 데다 안정성이 낮고, 변형률이 작아 실제 공학적으로 응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연구팀은 금속처럼 전기가 잘 흐르고 표면의 기능성을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나노물질인 ‘맥신’을 전극소재로 활용, 최고 수준의 굽힘 변형률을 갖는 소프트 액츄에이터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맥신을 전도성 고분자와 결합해 훨씬 부드러운 유연전극을 제작했다”며 “1볼트(V)에 못 미치는 낮은 전압으로 180도 정도로 굽혀지는 성능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낮은 전압에서도 반응속도는 1초로 매우 빠르며 높은 굽힘 변형률(1.37%)을 나타냈다. 또 1만8000 사이클 이상의 장시간 운전에도 성능의 변화가 거의 없이 안정적으로 로봇을 작동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소프트 액츄에이터로 나비의 부드러운 날개짓이나 수선화가 시간에 따라 피고 지는 모션을 구현한 소프트 로봇을 실제 시연하는데 성공했다.

오 교수는 “이번 신기술은 소프트 로봇뿐만 아니라 자연모사 로봇,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헬스케어 전자기기, 능동형 생체의료기기 등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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