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LG전자 기준)은 생산실적을 생산능력으로 나눈 값이다. 생산능력은 시간당 계획 생산수량과 하루 작업시간, 작업일수, 목표효율을 곱해서 산출한다. 가동률이 100%를 넘어섰다는 것은 애초 계획보다 생산량이 많았다는 것. 그만큼 많이 팔렸다는 얘기다.
한대에 100만원, 트윈원 제품 기준으로 200만원짜리 에어컨을 사놓고도 설치가 안 돼 땀 흘려본 사람은 안다. '다음번에 에어컨을 살 때는 여름이 되기 전에 사야겠구나.' 이른바 '학습효과'다.
이른 무더위도 에어컨 구매 시기를 앞당긴다. 올해 5월 서울 지역 한낮 최고기온은 33.4도까지 올랐다. 지난해보다 3도가량 높았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올 5월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5월보다 2배가량 많았다(84% 증가).
'우산장수 짚신장수' 이야기처럼 에어컨은 전적으로 날씨에 울고 웃는 가전이다. 올 7월엔 장마가 끝난 뒤에도 국지성 호우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4% 줄었다(전자랜드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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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8월 들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뒷심을 발휘하는 중이다. 업계에선 올해 연간 판매량이 지난해 수준인 250만대를 넘어설지 기대하는 눈치다.
2011년 이전에 생산된 정속형 에어컨의 경우 냉매를 압축해 더운 공기를 차게 식히는 컴프레서(압축기)가 가동시간 내내 최대로 돌아가지만 인버터 에어컨은 실내 온도가 정해놓은 온도에 이르면 컴프레서 작동 속도를 늦춰 전기를 상대적으로 덜 쓴다.
집에 있는 에어컨이 인버터형인지 확인하려면 실외기에 인쇄된 표기를 확인하면 된다. 에너지 효율 등급 표시가 1등급이면 대부분 인버터형, 5등급 이하면 정속형이다.
최근엔 냉매를 압축하는 장치인 실린더가 2개인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로 한 번에 더 많은 냉매를 압축해 에너지 효율을 기존 인버터 제품보다 15%, 정속형보다 63%까지 높인 제품도 나온다.
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왼쪽)와 에어컨을 바라보는 시민 /사진=위키피디아, 뉴스1
뉴욕의 한 인쇄소가 여름철이면 고온과 습기 때문에 인쇄용지가 변질돼 고민하는 것을 보고 해법을 찾기 시작한 게 동기였다고 한다. 캐리어는 뜨거운 공기를 채운 코일 사이로 공기를 통과시키는 기존의 난방 시스템의 원리를 뒤집어 냉매를 채운 코일 사이로 공기를 보내 차가운 바람을 만드는 방식을 고안했다.
1920년대부터 에어컨이 널리 보급되면서 인류의 생활권은 빠르게 확장됐다. "에어컨이 없었다면 싱가포르는 없었을 것"이라는 싱가포르 국부 고(故) 리콴유 전 총리의 에어컨 찬사는 유명한 일화다.
그는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에만 일할 수 있었던 싱가포르에 에어컨은 인류 최고 발명품"이라고도 말했다. 리콴유 전 총리가 1965년 취임한 뒤 맨먼저 한 일이 건물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미국 국민들의 에어컨에 대한 반응을 묘사한 삽화. /피츠버그 프레스
에어컨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60년대다. 당시 청와대에도 없던 에어컨을 석굴암 결로 방지용으로 일본에서 수입했다. 1960년대 말 센츄리와 금성사(현 LG전자) 에어컨이 나왔다.
서울 지하철엔 2호선이 순차적으로 운행하기 시작한 1983년부터 에어컨이 달리기 시작했다. 1974년 개통된 1호선엔 1989년에야 에어컨이 들어갔다. 미국 뉴욕 지하철에 에어컨이 설치된 1950년보다 30~40년 늦었다.
지하철이 세계 최초로 개통된 영국 런던에서 노선 길이가 70여㎞로 가장 긴 센트럴 선은 여전히 에어컨이 없는 찜통 지하철로 유명하다. 개통 당시부터 열차 외부 터널에 여유 공간이 없어 에어컨 실외기를 달 수가 없기 때문에 교통 당국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최근 전용 속옷에 붙여 입는 웨어러블 에어컨을 선보였다. 전압을 가하면 온도조절이 가능한 특수 반도체를 이용해 피부 표면의 온도를 차갑게 할 때는 23도까지, 따뜻하게 할 때는 40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가로 5㎝, 세로 11㎝, 두께 2㎝로 정장 양복 속에 입어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직장인을 공략하고 있다.
소니 웨어러블 에어컨 '레온 포켓'. 목 뒷면에 디바이스를 넣는 포켓이 달린 속옷을 착용하고 스마트폰 전용앱으로 조작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