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일본 정부가 3년에 한번 심사를 받으면 되는 일반 포괄허가에서 6개월마다 심사를 받아야 하는 개별허가로 수출 규제를 공식화한 소재는 고순도 불화수소, 반도체 EUV(극자외선) 공정용 포토레지스트(감광재),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종이다.
특히 액체 불화수소보다 제조공정이나 보관이 어려운 기체 불화수소의 경우 일본 쇼와덴코에서 100% 수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선 솔브레인 (50,600원 ▼200 -0.39%)과 SK머티리얼즈 (402,900원 ▼10,100 -2.45%)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솔브레인은 다음달 제2공장 증설을 마치면 연내에 일본산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솔브레인은 삼성전자 반도체 양산 라인에서 고순도 불화수소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플레이 소재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의 경우 SKC (105,600원 ▼2,800 -2.58%)와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생산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C는 오는 10월 생산공장이 완공되면 연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0월 생산라인 가동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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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금호석유화학과 동진쎄미켐이 포토레지스트를 만들고 있지만 아직 기술 수준이 일본 업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1990년대 초부터 포토레지스트 연구를 시작했는데 현재 국내 기술수준은 D램과 3D(3차원) 낸드플래시에 쓰이는 불화아르곤(ArF) 드라이 리소그래피에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며 "EUV 공정용 포토레지스트 개발까지는 최소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신에츠케미칼이 삼성전자에 수출하기 위해 제출한 포토레지스트 수출 신청을 1건 허가했다. 현재 JSR이 벨기에 합작법인을 통해, 일본 도쿄오카공업(TOK)이 인천 송도 생산공장을 통해 각각 삼성전자에 우회 수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같은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만들지만 해외법인이 없는 신에츠케미칼이 자국 경쟁사와의 형평성을 내세워 일본 정부를 설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는 반도체·디스플레이를 포함해 국내 산업의 정확한 수준을 진단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의 자체조달률은 27%, 디스플레이는 45%, 전기·전자산업은 63%, 자동차산업은 66% 수준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