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아파트의 디커플링, 분양가 상한제 때문?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9.08.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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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 입주 예고에도 매매값 올라 "신축 공급부족 우려, 재고 아파트 선호도 강해져"

강동구 아파트의 디커플링, 분양가 상한제 때문?


서울 강동구 아파트값이 대규모 입주물량 대기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신축 공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입주 10년 내외의 재고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6일 KB부동산 리브온 주간 KB주탁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강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1% 상승했다.



강동구 아파트 매매값은 올 초 약세로 전환했다가 지난 6월 넷째주 보합을 기록한 뒤 7월초 반등에 성공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이 6월 중순부터 오르면서 동반 상승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강동구에서 대규모 입주물량이 대기중인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입주는 아파트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동구에서는 지난 6월부터 래미안명일역솔베뉴(1900가구)가 입주했으며 오는 9월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또 12월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를 비롯해 2020년2월 고덕아르테온(4057가구) 9월 고덕센트럴푸르지오(783가구) 2012년2월 고덕자이(1824가구) 등이 입주한다. 올 연말까지 입주물량만 어림잡아 1만가구가 넘는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말 송파구 9510가구의 헬리오시티 입주는 송파구 전체 아파트값 하락을 주도했다.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는 11월말부터 12월말까지 약 한달간 0.31%포인트(p) 내렸는데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0.04%p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구와 서초구 하락률 각각 0.27%p, 0.09%p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로 당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송파구의 하락폭이 가장 깊었다.

강동구 아파트 매매값은 오르고 있지만 전세값은 입주폭탄의 사정권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금리인하와 분양가 상한제로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서울 전반의 전세값이 상승하고 있지만, 강동구는 물량 증가에 대한 우려로 전세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 분석 결과 서울 자치구 중 전세값이 하락세인 곳은 강동구가 유일하며, 지난달 29일 기준 전주대비 0.13% 하락했다. 함께 하락했던 은평구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0.03%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강동구 아파트의 매매값 상승과 전세값 하락 ‘디커플링(비동조화)’이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 강화가 역으로 공급부족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킨 데 따른 ‘역풍’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공급 우려가 깊어지면서 10년이내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이 같은 현상이 입주물량이 증가하는 강동구에서도 기존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강동구에는 2017년 입주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3658가구)를 포함해 2011년 준공한 고덕아이파크(1142가구) 등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비교적 많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수요자들이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서울 도심 주택공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비교적 새 아파트에 해당하는 재고 주택 선점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더해 서울 주택공급 확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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