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CEO? Yes, 조형기 맥스나인 대표(7)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배병욱 기자 2019.08.0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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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한 자' '경험하지 못한 자' 다르다. 무조건 경험하라."

조형기 맥스나인 대표/사진제공=맥스나인조형기 맥스나인 대표/사진제공=맥스나인


Q :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
A : Yes(조형기 맥스나인 대표)

'해본 자'와 '안 해본 자'는 분명히 다르다.

조형기 맥스나인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했다. "쓰러질 각오를 하더라도 많은 걸 경험하라. 실패 또한 경험이다. '경험한 자'와 '경험하지 못한 자'는 분명 차이가 난다."



특히 청년들에겐 따로 주문했다. "젊다. '무조건' 고(GO)다. 하지만 '무작정' 가라는 건 아니다. 준비하라. 첫걸음이 어려울 뿐이다. 뒷걸음질치지 말라."

조 대표는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30세에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4년 만엔 사옥까지 샀다.



"가족들의 지지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가정보다 회사가 먼저였죠. 늘 마음 쓰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창업했다. 주위에선 걱정이 많을 수밖에. 그의 부친은 힘을 보탰다. "아들아, 너에겐 젊음이 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 도전해라."

창업 당시 조 대표의 첫째는 네 살배기였다. 둘째는 막 태어났었다. 많은 CEO가 그렇듯 그 역시 창업 후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회사였다. 그래서 더욱 그랬다. 디지털 방송 솔루션을 개발, 고객사에 구축하는 비즈니스였는데 방송 사고가 난다든지 고객이 부르면 즉시 달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주말 가족 여행을 잡아 놓고 취소한 적은 숱했다. 여행 가는 길에 돌아오는 일도 예사였다. 고객한테는 "여행 가는 길"이라고, "여행 중"이라고 말도 못 했다. 그래도 가족들은 늘 그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가족들의 지지가 있는 한 다시 태어나도 무조건 CEO가 될 겁니다."

◇CEO가 되다

"방송 분야 IT 기업에서 영업사원 채용하던데, 지원 한번 해 봐."

18년 전의 일이다. 조 대표는 한 지인으로부터 이 말을 듣고 무심결에 이력서를 넣었다. 2001년 ROTC 전역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면접 날짜가 잡혔다. 회사 대표인 A 사장이 면접관으로 앉았다. 면접은 5분도 안 걸렸다. 마음에 안 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방송, IT 뭐 이런 쪽에선 문외한이었다. 물론 전공도 아니었다.

면접에서 입도 뻥끗 못 하고 나왔다. 자존심 상했다. 그 회사에 다시 전화했다. "입사하고 싶습니다. 제가 어떤 조건을 갖추면 됩니까" A 사장은 "웹마스터 자격증을 따오면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절의 완곡한 표현이었다. 면접은 시작하자마자 끝난 데다 면접 후 다시 전화 걸어 억지로 받아낸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A 사장은 그렇게 내뱉고 기억도 못했을 터이다.

조 대표는 ROTC 전역 후 바로 학원을 끊었다. 3개월 만에 자격증을 땄다. 다시 찾아갔다. A 사장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후일담으로 들은 얘기는 이랬다. "뽑을 마음은 없었는데, 노력이 가상하다."

2002년 그렇게 입사했다. 방송 IT 계열 영업사원. 첫 사회생활이 시작됐다. 모르는 게 태반이었다. 늘 동료들보다 뒤쳐졌다. 이 때문에 저녁엔 학원을 다녔다. 주경야독을 이어갔다. 쉴 틈 없었다. 입사 후 1~2년을 그리 살았다. 노력한 만큼 돌아왔다. 팀의 수장까지 맡게 된 것이다. 성과도 높아만 갔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어느 순간 내부 문제로 회사가 기울기 시작한다. 급여도 밀렸다. 1년 이상 월급을 못 받는 직원들도 생겨났다. 영업직을 포함, 상당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었다.

"사장님,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회사를 제대로 운영해 주십시오. 제가 마지막까지, 해볼 때까지 해보겠습니다."

조 대표는 A 사장을 설득하기도 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더 이상 아닌 거 같다.' 이 생각이 미칠 즈음이다. 몇 군데서 프러포즈가 왔다. 자기네 회사로 입사하란 것이다. 일부 고객들은 "네가 직접 하면 돕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복잡했다. 그동안 했던 결정 가운데 가장 힘들었다. 당시 몇몇 동료들도 조 대표와 뜻을 같이했다. 급여도 못 받고 일하던 이들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서른 살 나이에 CEO가 됐다. 2008년 맥스나인을 설립한 것이다. 7명의 동료와 함께였다. 조 대표는 "그때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며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게 최고의 운이었다"고 말했다.

"CEO 혼자 발벗고 뛴다고 회사가 잘되는 건 아닙니다. '그때의 기회'와 '그때의 사람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되죠. 앞으로도 동료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맥스나인은 디지털 방송 솔루션을 개발, 고객사에 구축하는 회사다. 100% 자체 개발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방송국, 기업(사내 방송), 관공서 등이다. 현재 임직원은 30명.

조 대표는 CEO로서 가장 힘든 게 '의사결정'이라고 했다. 회사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어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IT 시장은 급변하고 있죠. 변하는 시장에 맞추려면 늘 무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결정엔 '객관적 분석'과 '주관적 감'이 필요한데, 늘 하면서도 늘 힘든 부분입니다."

◇중기청원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원받는 기업은 소수다. 에이전시를 통하는 경우도 많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 달라.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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