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 기습공격의 3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8.0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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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중국 무역합의 압박 △금리인하 유도 △대선 경쟁후보와의 차별화…뉴욕증시, 트럼프 트윗에 급전직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습공격'이다. 이걸로 '휴전'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덜컥 '관세폭탄'을 던졌다. 지난 6월말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지 고작 한달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추가관세'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중국 압박 △무역전쟁 격화를 통한 금리인하 유도 △재선을 위한 대선 경쟁후보와의 차별화.



◇중국 무역합의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9월1일부터 약 3000억달러 규모의 나머지 중국산 상품에 10%의 '소규모'(small) 추가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총 250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한 미국은 나머지 3250억달러(약 380조원) 어치 중국산 상품에도 최대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규모'란 표현을 쓴 것은 이후 추가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 도발을 통해 노리는 첫번째 목표는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중국과 포괄적 무역합의에 대한 긍정적 대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 고위급 회담에 이어 9월초 미국 워싱턴D.C.에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관세 발동일을 9월1일로 못 박은 건 다음 회담 전까지 중국으로부터 무역협상에 대한 양보를 확약받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강제 기술이전 금지와 산업보조금 중단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협상 타결시 대중국 추가관세 즉시 철폐를 요구하고, 미국은 합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당분간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금리인하 유도



두번째는 금리인하다. 전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장기적인 일련의 금리인하의 시작은 아니다"라며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꺾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또 우릴 실망시켰다"며 비난했다. 대폭 금리인하를 통해 미국 경기를 부양, 내년 11월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결정의 핵심 기준 가운데 하나로 무역전쟁을 지목했다. 미중 양국의 상호보복으로 무역전쟁이 격화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질 경우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이 반영한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전날 49%에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트윗이 나온 뒤 82%로 뛰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에 기름을 부어 수차례의 금리인하를 끌어낸 뒤 무역협상을 타결지어 미국의 경제호황을 연장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대중국 강공이 이어질 경우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 경우 연준은 금리인하로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경쟁후보와의 차별화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는 건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유력 주자들과의 차별화다. 중국에 유화적인 것으로 인식된 주요 민주당 예비후보들과 달리 중국에 강경한 모습을 연출해 표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졸린 조'(조 바이든 전 부통령)와 같은 민주당 사람들이 다음 대통령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 대선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그러면 그들은 더 많이 미국을 강탈하게 될 것"이라고 비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상승 출발한 뉴욕증시는 오후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추가관세 트윗에 급전직하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80.85포인트(1.05%) 떨어진 2만6583.4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26.82포인트(0.90%) 내린 2953.56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64.30포인트(0.79%) 내려앉은 8111.12에 마감했다.

국제유가도 폭락했다.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3.95달러로 전날에 비해 8% 가까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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