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이어 ARF서 '2라운드'…강경화-고노 회담성사 주목

머니투데이 오상헌 , 강민수 기자 2019.07.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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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한일 외교장관, 수출제한 후 첫 '양자회담' 가능성...외교적 해결vs갈등 전면전 '갈림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를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2019.5.24/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를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2019.5.24/뉴스1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이 다음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나란히 참석한다. 다음달 2일로 예상되는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절차 단축 국가) 제외 결정을 앞두고 한일·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의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한일 갈등의 외교적 해결 국면이냐, 전면 확전이냐는 가를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28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오는 31일 ARF 참석을 위해 태국을 찾는 강 장관은 내달 1일까지 8개 안팎 국가의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집중적으로 갖고,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도 참석한다. ARF는 지역 안보협의체로 무역과 통상 이슈를 논의하는 국제회의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일본이 안보상 이유를 근거로 수출을 제한한 데다 여파가 전세계로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을 국제사회에 부각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ARF에 참석하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도 수출규제의 불가피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양국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격돌한 이후 국제 무대에서 ‘2라운드 공방’을 이어가는 셈이다.

이번 ARF는 특히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내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의 양자회담 성사 여부다. 한일 외교장관은 지난 26일 오전 약 20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한일 갈등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북한의 무력시위로 성사되긴 했으나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행한 지난 4일 이후 처음으로 공개 접촉한 것이다.



외교부는 두 장관이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다자회의 등 각종 계기를 통해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ARF 양자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며 “일본도 기본적인 입장은 같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미일 외교장관이 함께 만나는 고위급 회담 성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은 두 핵심 동맹국의 어느 한 쪽 입장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직접 중재를 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미일 3각 안보협력과 공조를 위한 외교적 해결을 위해 언제든 ‘관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3일 중국과 러시아 전략폭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과 러시아 조기통제경보기의 독도 영공 침범에 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어진 만큼 이번 ARF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이 만나 여러 현안을 폭넓게 협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고노 외무상과 통화를 하고 북한 문제 등 지역과 글로벌 이슈들을 협의했다. 미국 조야에서도 북중러와 한미일의 전통적 대결 구도가 재연되는 동북아시아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감안해 미국 정부가 한일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엘리엇 엥결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방송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 정상급 외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동맹 강화를 위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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