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주차된 차가 사라졌다… 범인은 5G?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19.07.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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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 2019]④4차 산업혁명 시대 해킹 위협…e메일 한통에 스마트공장·자율주행차 멈출수도

편집자주 따뜻한 디지털세상을 만들기 위한 u클린 캠페인이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공유경제 등 급진전되는 기술 진화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편으론 기술 만능 주의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지능화 시대에 걸맞는 디지털 시민의식과 소양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부작용 없는 디지털 사회와 이를 위해 함양해야 할 디지털 시민 의식과 윤리를 집중 점검해봤다.

밤사이 주차된 차가 사라졌다… 범인은 5G?


# 수 만 개의 IoT(사물인터넷) 기기가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공장. 이곳 생산라인이 어느날 갑자기 멈춰섰다. 한쪽에선 IoT로 연결된 로봇들이 불량품을 검사하고 실시간 분석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선 조립 로봇이 일사분란하게 완성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공장이 올스톱된 이유는 공장내 PC 를 노린 사이버 공격이 원인이었다. 조사 결과 한 직원이 무심코 출처가 불분명한 이메일을 여는 동시에 악성코드가 수 백 대의 컴퓨터를 감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 밤사이 주차장에 있던 차가 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었던 디지털키가 해킹을 당했던 것. 자율주행시스템과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해킹 당한 자동차는 도로 위에 갑자기 멈추거나 정해진 목적지를 이탈해 엉뚱한 곳으로 달렸다.



공장과 자동차는 물론 집과 도시의 모든 사물이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대에는 이전과 차원이 다른 해킹 피해가 우려된다. 앞서 제시한 가상의 사례에서 보듯 악의를 품은 해커 때문에 공장 전체 공정이 일시에 중단될 수 있고 차량 수천 대가 도로에 멈춰 설 수 있다. 나아가 스마트시티 전체 전력시스템을 해킹, 도시 전체가 암흑에 갇히는 영화 같은 일도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다.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사이버 해킹에선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정보유출이나 금전적 피해에 그쳤지만 5G 시대에 사이버 공격은 생명을 위협하는 테러 수준의 공격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5G 초연결성 ‘해킹 허점’…e메일로 침투=5G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초연결성’이다. 이론적으로는 1㎢ 면적당 100만개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5G의 초연결성 이용이 활발한 대표적인 분야가 스마트공장이다. 이미 국내 통신사들은 5G를 이용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앞다퉈 내놓고 IoT를 활용한 스마트공장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초연결성을 자랑하는 5G는 DDoS(디도스·서비스거부공격)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만단위의 기기가 연결되는 만큼 악성코드가 전파되는 속도도 빠르다. 기지국이 대량의 기기로부터 디도스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PC가 사이버공격을 당하면 그와 연결된 수십만 개의 IoT기기로 피해가 확산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 반도체 제조기업은 최근 해킹 피해로 1주일간 공장 가동이 멈췄다. 한 직원 PC에서 시작된 악성코드가 수백 대의 PC를 감염시켰다는 진단이 나왔다.


e메일은 해커들이 가장 손쉽게 사용하는 사이버 공격수단이다. SK인포섹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탐지된 악성메일 건수는 약 17만1400건으로 지난해 전체 탐지건수를 벌써 넘어섰다. 형태는 견적서나 대금청구서, 계약서, 입고관리대장 등 업무와 관련한 내용으로 위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로상으로는 우선 e메일을 통해 PC에 침투한 후 랜섬웨어에 감염시키거나 채굴형 악성코드를 심었다.
 
김성동 SK인포섹 이큐스트(EQST) 침해사고대응팀장은 “올해는 피해를 확산하기 위해 AD(Active Directory) 서버를 장악하는 시도가 많아졌다”며 “AD서버가 장악되는 것은 도둑에게 아파트 전가구의 출입문 열쇠를 통째로 넘겨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AD는 윈도시스템 관리도구다. 다수 시스템의 관리자계정과 설정 등을 관리한다. AD서버가 공격자에게 장악될 경우 내부망 권한과 윈도 SMB(파일공유 프로토콜) 기능을 이용해 악성파일을 전파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해킹 막아라” 기업 안간힘=자율주행차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LG유플러스와 세종시는 5G 자율주행사업 실증을 추진한다. 2021년에는 세종시 일반도로와 주거단지에 자율주행셔틀이 다닐 예정이다. 경기 판교에 있는 자율주행센터는 자율주행버스를 시범운행한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상암 자율주행페스티벌에서 시민들이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직접 타보는 시연행사를 진행했다.

자율주행차 보급사업이 이처럼 탄력을 받지만 자율주행차 해킹 위협과 안전성 확보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보안업체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해킹되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마음대로 좌우회전을 하거나 속도조절이 안되는 등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자율주행 보안기술 강화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자율주행차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양자암호솔루션을 선보였다. 5G V2X(차량사물통신)로 주고받는 차량운행 데이터를 QRNG(양자난수생성기)의 암호키와 함께 전송해 이동통신 해킹을 원천 차단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커넥티드카와 스마트카 해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화이트해커’로 구성된 사내TF(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 GM도 지난해 자율주행차 해킹 보안에 대응하는 화이트해커를 채용했고, 토요타도 해킹 차단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을 자율주행차에 도입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가상자산 세일합니다”…해커 표적된 ‘가상자산 시장’=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도 해커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최근 예로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을 꼽을 수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4월초 500만원에서 6월말 1600만원까지 올랐다가 하루 만에 20% 가까이 폭락하며 널뛰기를 했지만 투자열기를 다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이때 가상자산을 노린 해킹 시도가 기승을 부렸다.

‘가상화폐 세일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위장한 e메일과 투자계약서를 사칭한 한글파일 문서를 활용한 APT 공격(지능형 지속공격)도 잇따랐다.

보안전문가들은 “회사에서 무심코 열어본 e메일이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e메일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전용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회사 임직원이 e메일 공격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지속적인 모의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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