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앞줄 왼쪽)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이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을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손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서울 모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별도로 만나 단독 면담한 뒤 저녁 6시55분쯤 검은색 벤츠 고급세단으로 함께 만찬 장소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에 이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이 차례로 도착했다. 손 회장은 구 회장의 부친인 고 구본무 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은 당초 1시간으로 예정됐지만 현안 논의가 이어지면서 예정보다 1시간30분 정도 더 길게 진행됐다. 만찬에선 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술·비즈니스 협력 방안과 스타트업 생태계·투자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78,300원 ▼100 -0.13%)와 LG전자 (98,300원 ▲700 +0.72%)는 인공지능과 반도체·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현대차 (246,500원 ▲1,500 +0.61%)는 자율자동차와 수소전기차 분야 등에서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우버, 그랩 등 전세계의 혁신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쿠팡에 투자한 자금이 30억달러(약 3조55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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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손 회장은 한국이 인공지능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제2벤처 붐 가속화를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하자 손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제언했다.
손 회장은 IMF 외환위기때인 1998년 2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자리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21년이 흘러 다시 청와대를 찾아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대신 인공지능을 새로운 돌파구로 조언한 셈이다.
손 회장은 교육, 정책, 투자, 예산 등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육성을 제안하면서 "인공지능은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의 인공지능 인재 육성과 투자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자 손 회장은 "그러겠다"(I will)고 답했다.
관심을 모았던 한일갈등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보복 등의 주제는 청와대 회동에서 다뤄지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손 회장이 일본 내각이나 외교라인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내 최대부자로 영향력이 적잖다는 점에서 한일 외교라인이 풀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 의미가 작지않을 걸로 관측됐지만 민감한 외교현안을 민간인인 손 회장이 언급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고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재계 총수와의 만찬 전 취재진과 만나서도 한일 정치 현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한일 양국간 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지' '양국관계 경색 국면에서 기업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손 회장은 "정치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다"(I don't know about politics)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