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심화에… '韓 사드대응법' 주목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7.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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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토종기업 성장·사드 보복 거치며 이미 중국 내 시설 축소, 외국기업도 겪을 일"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중국 내 백화점 일부 점포를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해당 점포는 중국 내 5개 백화점 점포 가운데 매출이 부진한 톈진 두 개 점포와 웨이하이점 등 세 곳이다. 롯데백화점은 중국에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4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의 모습. 2018.07.30.  myj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중국 내 백화점 일부 점포를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해당 점포는 중국 내 5개 백화점 점포 가운데 매출이 부진한 톈진 두 개 점포와 웨이하이점 등 세 곳이다. 롯데백화점은 중국에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4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의 모습. 2018.07.30.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중국 내에서 서구 기업들의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보복 조치 등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대응들이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유통 및 화학 그룹인 롯데는 2017년 보유중이던 땅을 사드 부지로 한국 정부에 팔았다는 이유로 중국 내 소매 사업에서 불매 운동과 중국 정부의 행정 조치 등에 시달린 끝에 대형 마트 사업을 통째로 매각해야 했다. 랴오닝성 선양의 롯데월드 공사도 절차상 미비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장기간 중단됐다가 최근에야 공사 재개가 허용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우방국인 호주도 중국과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안보와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춘다. 캐나다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최고 재무책임자이자 런정페이 창업자 겸 회장의 딸 멍완저우 체포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많은 분석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고 더 넓은 지정학적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중국 본토에서 사업을 하는 서방 기업들의 정치적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들에게 한국 기업들의 사례가 필수적인 연구 자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국 대기업들은 사드 사태 이전에도 수년간 점차적으로 중국에서 철수하는 추세였다. 롯데의 중국 사업을 망친 정치적 리스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또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가는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런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토종 기업들의 성장도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떠나고 있는 배경으로, 급성장하는 중국 중산층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서방 기업들도 머지않아 비슷한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컨트롤리스크스의 앤드류 길홈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어떻게 보면 2017년 이후 일부 한국 기업들이 겪었던 모든 문제들이 전화위복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그들은 다른 모든 기업들보다 2년 먼저 이 모든 '공급망 전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2008년 베트남에 첫 공장을 열었는데 이는 다른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국가에 좀더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2018년 상반기 19억7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투자액 16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2018년 한국의 동남아 국가에 대한 총 투자액은 32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베트남 수출도 총 486억 달러로 양국 수교(1992년) 때의 121배 수준으로 늘었고 이른 증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주한미군이 지난 15~20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를 평택기지에 전개해 모의탄 장착 훈련을 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주한미군 페이스북에 올라온 훈련 모습. 2019.04.24. (사진=주한미군 페이스북 캡처)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주한미군이 지난 15~20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를 평택기지에 전개해 모의탄 장착 훈련을 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주한미군 페이스북에 올라온 훈련 모습. 2019.04.24. (사진=주한미군 페이스북 캡처) [email protected]
반면 중국 내 제조시설은 줄여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5월 선전 생산라인을 폐쇄한 데 이어 12월 톈진공장을 닫았다. 중국 후이저우에 있는 마지막 남은 휴대전화 생산라인도 희망 퇴직을 진행중이다. 일부 TV 제조 시설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회사측 관계자가 SCMP에 전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중국 내 정치적 위험과 관세 악영향 외에도 중국 토종기업과의 경쟁으로 인해 여러 제품군에서 본토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3년 20%에서 지난해 0.8%로 떨어졌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정보회사인 아르고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인 제이슨 라이트는 "삼성전자 역시 출구전략을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다"면서 "삼성은 여전히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에 마이크로칩을 많이 공급하고 있으며, 부정적인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 회사인 현대·기아차도 2000년대 초 10%까지 갔던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이 지난해 2.7%까지 떨어지면서 중국 내 생산 시설을 줄여가고 있다. 롯데는 공사 재개가 허용된 선양 롯데월드 공사에 대해 '준공 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SCMP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롯데그룹측은 "상황이 복잡하다"며 언급을 피했다고 SCMP는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 롯데쇼핑의 전 관리자는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고, 그 곳의 정치적 위험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외국인 투자의 안전성과 다국적 기업의 권리를 보장하는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정치적 대립이 있을 때 중국이 다시 흔들 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덧붙였다.

쥘리앵 셰스 홍콩시립대 무역법 교수는 SCMP에 "한국 기업의 (탈중국) 사례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다른 많은 외국 기업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준다"면서 "유럽 기업들도 곧 중국에서 사업의 추진 방향에 대해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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