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그 우트케 주중 EU상공회의소 회장.
중국 권력 서열 2위가 직접 나서 다독일 정도로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중국 정부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중국 정부에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 단체가 주중 EU(유럽연합)상공회의소이다. 2000년 51개 유럽 기업들이 설립해 현재는 1600여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에어버스, BMW, ABB, 지멘스, BASF, BNP파리바, 노키아, 폭스바겐 등 유럽의 유명 기업들이 대부분 회원사로 있다. EU집행부와 중국 정부는 EU상공회의소의 목소리가 유럽 재계를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EU상공회의소가 올해 5월 발간한 '2019년 중국 기업 신뢰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585개 기업 중 27%가 중국의 경기 둔화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들었다. 이어 글로벌 경기 둔화가 14%로 2위, 미중 무역전쟁이 9%로 3위였고, 인건비 상승, 모호한 규정과 규제,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경쟁사들과의 경쟁, 중국 민영기업들과의 경쟁, 시장 진입 장벽과 투자 제한 등이 나란히 4%로 나왔다.
▶디커플링(분리)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유럽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 전념하고 있다. 소수의 유럽 회사들이 중국 밖으로 사업을 이전할 수도 있지만, 이들 중 많은 회사들은 인건비 상승과 같은 것들로 인해 이미 향후 몇 년 안에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일부 EU 기업들이 무역전쟁의 결과로 중국을 떠나는 선택할 수도 있지만, 많은 유럽 기업들 또한 무역전쟁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그들의 사업부와 공급 체인을 중국 내로 더 확장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중국에 있는 유럽 기업들은 여전히 시장 자체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다. 우리 회원들의 62%가 3대 투자처로 중국을 꼽고 있다. 중국에 대한 비관론은 시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시장 진입 장벽, 모호한 규칙, 상충되는 규제, 외국 기업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 중국의 국영기업 및 대표기업들을 위한 우선주의 등에 대한 것이다. 우리 기업들에게 열린 시장에서 공평한 경쟁의 장이 주어진다면 낙관론이 치솟을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제조기지로서 중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나.
▶변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 바뀔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은 중간 소득 함정을 피하기 위해 외국의 첨단기술 기업에 더 개방하고 경쟁지향적인 중립성을 확보하는 등 핵심 개혁을 시행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 자유화를 미루고 국영기업을 보호하면서 최근 도입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와 같은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계속 어렵게 만들 것인가, 중국이 이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갸 미중 무역전쟁 보다 중국 내 외국기업 정서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 시장에 대한 회원사들의 평가와 전망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대부분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사업 전략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업 신뢰 조사에서 6%의 기업만이 중국 밖으로 관련 생산을 이전했거나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68%는 변화는 주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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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나는 개방된 시장의 가치와 규칙에 근거한 세계 질서에 대해 깊은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고객의 신뢰가 떨어지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나타나는 간접적인 영향은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불공정 이슈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우리는 미국이 표명하는 대부분의 우려를 공유하지만 관세, 특히 이렇게 넓고 광범위한 방식으로 관세를 활용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상공회의소의 시각도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 시장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중국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만 중국의 개혁 어젠다의 지연 여부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중국 경제는 60년대 일본과 70년대 한국과 비슷한 발전 단계에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 어젠다를 완수하고 외국 기업에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예측 가능한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면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폭발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금 상승, 토종 기업의 성장, 국민 소득 증가 등 중국 경제에 변화가 많다. 유럽 기업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중국 내 유럽 기업들은 저숙련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고품질 상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시장은 중국의 중산층이 계속 확대됨에 따라 점점 더 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유럽 기업들은 정부가 관여하는 불공정한 운동장이 아니라 점점 더 능력을 갖춰가고 있는 중국의 민간 부문과 경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유망하게 보는 산업은
▶화학, 자동차, IT 응용 분야 및 환경 서비스 등이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추세다. 중국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기업들은 매우 혁신적이고, 잘 조직되어 있다. 또 미래 지향적인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