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의 미래, 무역전쟁 아닌 개혁 여부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6.26 04:00
글자크기

[인터뷰]조르그 우트케 주중 EU상공회의소 회장 "미국의 문제 제기 공감 하지만 관세 통한 접근엔 반대"

조르그 우트케 주중 EU상공회의소 회장. 조르그 우트케 주중 EU상공회의소 회장.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9개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났다. 무역전쟁 타격을 우려한 다국적 기업들의 탈중국 우려가 커지면서다. 리 총리는 이들에게 개혁, 개방을 지속하고 시장 친화적이고 국제화한 기업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중국 권력 서열 2위가 직접 나서 다독일 정도로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중국 정부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중국 정부에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 단체가 주중 EU(유럽연합)상공회의소이다. 2000년 51개 유럽 기업들이 설립해 현재는 1600여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에어버스, BMW, ABB, 지멘스, BASF, BNP파리바, 노키아, 폭스바겐 등 유럽의 유명 기업들이 대부분 회원사로 있다. EU집행부와 중국 정부는 EU상공회의소의 목소리가 유럽 재계를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지난달 말 주중 EU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된 조르그 우트케 중국BASF 수석 대표와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많은 유럽 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을 주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장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기하는 중국내 불공정 관행 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관세 전쟁이라는 접근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미중 무역전쟁 보다는 중국이 '중간 소득 함정'을 피하기 위해 개혁 개방의 길로 계속 갈 수 있느냐가 중국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EU상공회의소가 올해 5월 발간한 '2019년 중국 기업 신뢰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585개 기업 중 27%가 중국의 경기 둔화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들었다. 이어 글로벌 경기 둔화가 14%로 2위, 미중 무역전쟁이 9%로 3위였고, 인건비 상승, 모호한 규정과 규제,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경쟁사들과의 경쟁, 중국 민영기업들과의 경쟁, 시장 진입 장벽과 투자 제한 등이 나란히 4%로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제조시설을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회원사들의 동향은 어떤가.
▶디커플링(분리)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유럽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 전념하고 있다. 소수의 유럽 회사들이 중국 밖으로 사업을 이전할 수도 있지만, 이들 중 많은 회사들은 인건비 상승과 같은 것들로 인해 이미 향후 몇 년 안에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일부 EU 기업들이 무역전쟁의 결과로 중국을 떠나는 선택할 수도 있지만, 많은 유럽 기업들 또한 무역전쟁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그들의 사업부와 공급 체인을 중국 내로 더 확장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중국에 있는 유럽 기업들은 여전히 시장 자체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다. 우리 회원들의 62%가 3대 투자처로 중국을 꼽고 있다. 중국에 대한 비관론은 시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시장 진입 장벽, 모호한 규칙, 상충되는 규제, 외국 기업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 중국의 국영기업 및 대표기업들을 위한 우선주의 등에 대한 것이다. 우리 기업들에게 열린 시장에서 공평한 경쟁의 장이 주어진다면 낙관론이 치솟을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제조기지로서 중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나.
▶변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 바뀔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은 중간 소득 함정을 피하기 위해 외국의 첨단기술 기업에 더 개방하고 경쟁지향적인 중립성을 확보하는 등 핵심 개혁을 시행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 자유화를 미루고 국영기업을 보호하면서 최근 도입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와 같은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계속 어렵게 만들 것인가, 중국이 이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갸 미중 무역전쟁 보다 중국 내 외국기업 정서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 시장에 대한 회원사들의 평가와 전망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대부분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사업 전략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업 신뢰 조사에서 6%의 기업만이 중국 밖으로 관련 생산을 이전했거나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68%는 변화는 주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나는 개방된 시장의 가치와 규칙에 근거한 세계 질서에 대해 깊은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고객의 신뢰가 떨어지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나타나는 간접적인 영향은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불공정 이슈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우리는 미국이 표명하는 대부분의 우려를 공유하지만 관세, 특히 이렇게 넓고 광범위한 방식으로 관세를 활용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상공회의소의 시각도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 시장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중국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만 중국의 개혁 어젠다의 지연 여부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중국 경제는 60년대 일본과 70년대 한국과 비슷한 발전 단계에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 어젠다를 완수하고 외국 기업에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예측 가능한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면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폭발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금 상승, 토종 기업의 성장, 국민 소득 증가 등 중국 경제에 변화가 많다. 유럽 기업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중국 내 유럽 기업들은 저숙련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고품질 상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시장은 중국의 중산층이 계속 확대됨에 따라 점점 더 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유럽 기업들은 정부가 관여하는 불공정한 운동장이 아니라 점점 더 능력을 갖춰가고 있는 중국의 민간 부문과 경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유망하게 보는 산업은
▶화학, 자동차, IT 응용 분야 및 환경 서비스 등이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추세다. 중국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기업들은 매우 혁신적이고, 잘 조직되어 있다. 또 미래 지향적인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