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CEO? Yes, 박영석 팍스젠바이오 대표(4)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배병욱 기자 2019.07.05 16:20
글자크기

"'능동적인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죠. 근데 사장이 돼 보니..."

박영석 팍스젠바이오 대표/사진제공=팍스젠바이오박영석 팍스젠바이오 대표/사진제공=팍스젠바이오


Q :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
A : Yes(박영석 팍스젠바이오 대표)

'더 이상 남 밑에서 일하기 싫다. 내 맘대로 해 보자.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 보자.'

박영석 팍스젠바이오 대표가 창업을 하고 싶었던 이유다.



"헉, 근데 이게 웬일인가요. 대표가 됐는데도 100% 제 맘대로 할 수 없어요. 직원 눈치를 보죠. 그래도 뭐, 70% 정도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니까 만족합니다. 하하."

모두가 능동적인 삶을 원한다. 그도 그랬다. 20년간 직장인이었다. 능동적인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다. CEO가 된 뒤 깨달았다. 과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이 때문에 박 대표는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겐 "충분히 생각하고 빠르게 실행하라"고 했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 창업하길 원하는 이들에게도 첨언했다.

"바이오 분야 창업을 희망하는가. 만약 20~30대인가. 바이오는 아이디어와 함께 경험·인맥이 중요한 분야다. 최소 10년 정도는 동일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창업하라. 그래야 그나마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CEO가 되다


박 대표는 20년가량 연구원 생활을 했다. 주로 유전자를 이용해 질병·유전병을 진단하는 기술과 관련 제품을 개발했다.

때는 2012년. LG생명과학에서 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갑자기 보직 변경 명령이 떨어졌다. 퇴사 욕구가 스멀스멀 일었다. 창업 생각도 어른거렸다. '나만의 아이디어(새로운 분자진단 기술)가 있긴 한데, 이걸 개발하면 승산 있을 텐데...'

"회사 한번 차려볼까." 넌지시 아내를 떠봤다. 된서리만 맞았다. 몇 군데 분자진단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박 대표가 퇴사한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그렇게 다시 입사했다. 3년쯤 흘렀을까. 힘든 게 한둘이 아니었다. 임원으로 있으니 이것저것 스트레스가 너무 컸던 탓이다. 머릿속엔 '창업'이 가시질 않았다.

어느 날 스카우트 제안이 다시 왔다. "에이, 또 회사를 옮기느니 이참에 진짜 창업이나 하자." 작심했다. 박 대표가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생각하고 빠르게 실행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리라. 3년 전 처음으로 '창업'이 뇌리를 스쳤는데, 돌고 돌아 결국은 창업하기로 결심했으니 말이다.

완전 굳혔다. 문제는 통장을 틀어쥔 아내였다. 2014년 가을. "여보 뒷동산에 산책이나 갑시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 자리 잡았다. 설득 작업은 1시간가량 이어졌다. 아내 허가가 떨어졌다. 최초의 IR에 성공한 것이다. 6개월간 준비하고 2015년 팍스젠바이오를 설립했다.

팍스젠바이오는 독창적인 분자진단(유전자진단) 기술 'MPCR-ULFA'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결핵·자궁경부암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제품을 상용화했다. 2018년 12월부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지원을 받아 인도네시아에서 '결핵 퇴치를 위한 분자진단 키트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소변을 이용한 조기 암진단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혈액을 뽑지 않고도 손쉽게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현재 CEO로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박 대표: 신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기까지 그 과정이 정말 힘들다. 개발은 둘째 치고, 국내 및 해외 각국의 인허가나 임상시험 등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이게 제일 어렵다. 늘 자금 압박에 시달린다.

"행복할 때도 있어요. 월요일, 직원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출근할 때요. 보통 직장인들은 월요일 출근하기 싫잖아요."

◇중기청원

의료기기 전문기업 입장이다. 의료기기를 개발, 판매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주로 약사가 평가한다. 신의료기술 평가도 받는다. 여기선 주로 의사가 평가한다. 이처럼 2중 평가다.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전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국내 바이오 업체들은 2중 규제의 틀 속에 갇혀 있다. 정말 어렵다. 오히려 유럽인증(CE)이 훨씬 빠른 데다 비용이 적게 들기도 한다. 현재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여전히 현실감 있는 대책은 미흡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