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머슴 보다 낫다" 해운동맹 항로 변경한 현대상선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9.07.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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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 대신 디 얼라이언스에 내년 4월부터 합류-선복 공유 등 조건 가장 좋아

"부잣집 머슴 보다 낫다" 해운동맹 항로 변경한 현대상선


"부잣집 머슴보다는 나을 것이다."

현대상선 (17,300원 ▲1,030 +6.33%)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을 버리고 '디 얼라이언스'에 합류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한 해운업계 고위관계자의 평가다. 현대상선 경영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불리한 계약을 계속 유지하기보다는 앞으로 선복량(선박의 화물 적재 공간) 확대를 기회로 다른 동맹에 가입한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해양수산부와 현대상선은 2020년 4월부터 현대상선이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에 정회원사로 가입해 협력 운항을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현대상선은 2016년 말 세계 최대 해운 동맹인 2M과 2017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정식 회원이 아닌 준회원 자격으로 계약을 맺었다. 선복(화물 적재공간) 매입·교환을 통한 협력 운항으로, 공동운항(선복공유) 수준보다 동맹 단계가 낮은 불리한 내용이었다. 완전한 2M 파트너가 되지는 못한 '조건부' 협력 계약이었다.

계약기간도 3년으로 해운 동맹의 통상 계약기간의 5~10년보다 짧았다. 당시 현대상선은 "선대 규모와 재무상태 등 모든 면에서 열위에 있는 상황에서 실리에 방점을 두고 얻어낸 최선의 결과"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계약 당시 현대상선이 머스크(세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 MSC(2위)가 맺은 것과 동등한 수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면서 "머스크와 MSC의 틈바구니에 있는 것보다는 새로운 동맹을 찾는 게 좋은 선택"이라고 했다.
지난달 19일 대만에서 열린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가입 체결식에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가운데)과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왼쪽 2번째)이 브론슨 시에(Bronson Hsieh) 양밍 회장 겸 사장(왼쪽 1번재), 롤프 하벤 얀센(Rolf Habben Jansen) 하팍로이드 사장(왼쪽 4번째), 제레미 닉슨(Jeremy Nixon) ONE 사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상선지난달 19일 대만에서 열린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가입 체결식에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가운데)과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왼쪽 2번째)이 브론슨 시에(Bronson Hsieh) 양밍 회장 겸 사장(왼쪽 1번재), 롤프 하벤 얀센(Rolf Habben Jansen) 하팍로이드 사장(왼쪽 4번째), 제레미 닉슨(Jeremy Nixon) ONE 사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상선
디 얼라이언스는 하팍로이드(독일·5위), ONE(일본·6위), 양밍(대만·8위) 등 현대상선(9위)과 비슷한 규모의 해운사로 구성돼 있다. 현대상선은 현재 42만TEU(1TEU는 6m 길이의 컨테이너 1개) 수준의 선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인수할 20척의 선박 규모도 40만TEU 수준이다.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은 "내년 4월부터 대형선 투입되면 원가경쟁력 가질 수 있게 된다"면서 "선복 교환 조건, 노선 편의성, 귀항 항구 등 디 얼라이언스의 협력 조건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디 얼라이언스와의 협력 관계 구축엔 박진기 현대상선 컨테이너사업총괄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구 한진해운에서 컨테이너 사업을 오래 맡았던 박 부사장은 ONE에서 미주 영업을 담당하기도 했다.


전 한진해운 고위 관계자는 "박 부사장이 글로벌 해운동맹 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전문가"라면서 "일본 선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박 부사장이 일본 선사들과의 소통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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