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광고 영상 캡처
지난달 28일 공개된 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광고가 '아동 성상품화'로 입길에 올랐다. 이 광고에는 2008년생 여자 아이가 짙은 화장을 하고 나와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광고 영상 캡처
◇아동 성적 대상화 광고, 해외에선 더 엄격한 잣대
하지만 해당 광고가 해외였다면 규제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한 아동 관련 전문가는 "내가 아는 바로는 이 아이스크림 광고 정도의 수준은 아동 성적 대상화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는 해외였더라면 송출 자체가 불가했을 내용"이라며 "아동을 성적 대상화 했다는 오해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건 아동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광고에서 아동을 조금이라도 성적 대상화할 경우 '잠재적'으로 아동을 '성적으로' 보는 걸 '촉발'할 수 있다고 보아 모두 규제한다.
다코다 패닝, 향수 '오, 롤라!' 광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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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향수병 모양이나 뚜껑에 달린 붉은 장미꽃이 묘한 뉘앙스를 풍겨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롤라'는 아동을 성애화하는 소설 '롤리타'의 별칭이라 더욱 문제가 됐다. 이에 영국 광고자율심의기구는 이 광고를 '성적으로 자극적'이라며 금지했다.
같은 해 호주는 남성 의류 브랜드 '로저 데이비드' 광고를 금지했다. 호주 광고표준국은 10대 여성 모델의 입 속에 영국 국기가 있는데, 입에 무언가 물체를 넣은 건 모델의 의지에 반해 입을 막는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불건전한 상상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해당 광고를 규제했다.
또 모델 어깨에는 바코드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성적으로 학대할 수 있는 '노예'를 떠올리게 해 문제가 됐다.
남성 의류 브랜드 '로저 데이비드' 광고 사진
◇한국, 가이드라인 부재… 꾸준한 '아동 성적 대상화' 논란
해외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강력하게 규제하는 건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아동을 학대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니세프는 홈페이지에 여자아이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건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면서 이를 △여자 아이가 성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거나 △성적인 표정을 짓고 있거나 △노출된 의상 등을 입은 경우라고 명시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이 경우 남성 어른의 시각에서 여자아이를 바라보게 되며 여자 아이를 아이가 아닌 성욕을 풀 수 있는 대상물로 보게 하는데 이는 자칫 여자아이에 대한 성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 유니세프는 "전세계 15~19세 사이 1500만명 사춘기 소녀들은 성관계나 성행위를 강요당하고 있고, 미국에서 17세 이하 여아의 18%는 다른 청소년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다"면서 미디어에서 여자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니세프는 미디어와 광고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여성성'을 부여하는 건 어린 여자아이들의 정신적·정서적·신체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외모에 과도하게 신경쓰게 되고, 날씬한 몸매에 대한 강박을 느끼게 되며, 자존감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도브 자존감 프로젝트'에 따르면 전세계 여자아이 중 11%만이 "나는 아름답다"고 느끼고, 60%는 "내 외모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일상 생활이 어렵다"고 답했다. 미국 10살 여자 아이 중 81%는 살이 찌는 데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느낀다.
이에 전세계는 유엔 국제아동권리협약에 근거해 아동 모델의 성적 대상화를 강력 규제하고 있다. 국제아동권리협약은 어린이들이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교육이나 생존 및 발전을 위한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 역시 유엔 국제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아 지속적으로 이런 광고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아동 속옷 쇼핑몰 측이 홍보차 게시한 아동 속옷 착용 사진 /사진=인스타그램
이어 지난 3월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속옷 모델 관련하여 처벌규정과 촬영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현재까지 4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아동은 연약하고,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줘야할 대상이지 아주 조금이라도 성적 대상화할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아동은 가치관을 막 형성하고 있는 존재로,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인데 이런 아이들을 성적 대상으로 보면 아동을 '그루밍'할 소지가 생기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적 만족감을 얻으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해외국가들이 광고를 비롯 미디어에서 아동성적대상화 관련 규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관련해서 엄격하게 처벌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