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경쟁력을 지키면서 달라진 시대상에 적응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내 전반적인 사업을 조율하는 업무 특성상 일요일 근무나 평일 야근이 잦은 탓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단행됐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다. 경영진에서도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해진 근무시간이 지나면 강제로 직원의 사무용 PC가 커지도록 한 'PC 오프제'나 사무실 소등은 삼성이나 현대차, SK, 롯데, GS (43,950원 ▲450 +1.03%), 두산 (137,600원 ▲2,600 +1.93%) 등 주요 그룹 계열사에서 이미 보편화된 방안이다. 줄어든 근무시간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대차처럼 핵심근무시간에 부서간 협업을 집중하는 협업시간제나 보고와 결재 등 간단한 업무처리를 대면이 아닌 모바일로 대신하는 전자결재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도 상당수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전후해 미국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CEO(최고경영자)가 선언한 'PPT(파워포인트) 제로 경영'이 국내 기업에서도 한창 화제가 됐다. SK그룹은 본사인 SK서린빌딩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사옥에서 지정석을 없애면서 자연스럽게 대면 보고를 이메일이나 모바일 메신저로 대체하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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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밖으로 눈을 돌리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직원들의 시간 여유가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하는 방식 개선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변화에 대해 300인 이상 83곳 가운데 44.6%가 '정시 퇴근 분위기 정착'이라고 답했다.
빛이 있는 만큼 그늘도 있다. 업종과 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적용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몇개월 차이가 국가적 승패의 갈림길로 이어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연구까지 주 52시간 근무제 테두리에 들어가면서 관련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크다. 바이오, 게임처럼 신제품 개발로 초분을 다투는 분야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불만이 적잖다.
재계에서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처럼 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지만 보완입법은 요원하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단위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기로 합의했지만 민주노총이 강력히 반발하는 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정당간 입장이 달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반년 넘게 계류 중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과 전문직 근로자에게 업무수행 방식에 재량권을 주기 위해 도입한 재량근로시간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은 경사노위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