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세]바르셀로나 산초스의 날카로운 추억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9.06.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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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의 맛으로 보는 세상]11회 타파스를 와인과 함께 '스페인클럽' '따빠마드레'

스페인클럽의 빠에야/사진=스페인클럽 인스타그램스페인클럽의 빠에야/사진=스페인클럽 인스타그램


매력적인 프랑스 남부 도시 뚤루즈(Toulouse)에서 잠시 머무른 경험이 있다.

내게 장밋빛 도시 뚤루즈는 낭만으로 기억된다. 인구 60만 명의 절반 이상이 대학생인 젊고 활력이 넘치는 도시였다. 시청 앞 카피톨 광장에서 즐기던 맥주, 생세르냉(St. Sernin) 성당, 가론강과 퐁네프, 운하, 맛집 등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뚤루즈도 좋았지만, 연일 계속되는 시험과 공부로 답답할 때는 주변 지역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던 지중해 연안 페르피냥은 바다가 그리울 때 찾던 낭만의 도시였다. 지중해 바닷가에서 피자와 맥주와 와인을 먹던 기억은 최고의 경험이다. 성모 발현지 루르드도 마음이 허전할 때면 기차를 타고 자주 찾았다. 피레네 산맥의 도시 국가 안도라도 이때 처음 가봤다. 프랑스 사람들은 도시 전체가 면세 국가인 안도라에 술과 담배를 사러 들렀다. 일종의 해방구 느낌이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방문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였다. 툴루즈에서 기차로 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프랑스에 비해 물가가 싸기도 하거니와 지중해 연안 바르셀로나 특유의 도시 분위기가 좋았다. 구엘공원, 사그라다파밀리아, 까사밀라 등 도시 곳곳에 위치한 가우디 작품은 방문할 때마다 가슴을 뛰게 했다. 당시 선배가 바르셀로나의 한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해 숙소가 해결된 것은 덤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잊히지 않는 추억은 바닷가에 위치한 레스토랑 '산초스'였다. 바르셀로나 올림픽항구 인근 바닷가에 위치해 있으며, 지중해를 바라보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캐주얼한 음식점이었지만 람블라, 고딕지구 등 구시가지에 있던 고급스런 식당들보다 맘에 들었다. 나중에 꼭 연인이 생기면 같이 와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낭만적인 분위기는 최고였다.



바르셀로나를 갈 때마다 산초스에서 푸짐한 해산물을 와인과 함께 즐겼다. 타파스로 불리던 스페인식 핑거푸드도 이때 처음 접했다. 스낵처럼 가볍게 맥주, 와인과 즐기기 좋았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바르셀로나를 방문하지 못했다.

최근 바르셀로나를 방문했다 크게 실망했다. 올림픽 항구에서 추억을 더듬으며 산초스를 찾았지만 없어진 게 아닌가. 인근 음식점에 자리를 잡았지만 추억 속 한 장면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스페인 음식이 좋은 이유는 가볍다는 점이다. 프랑스 음식처럼 격식을 차리지 않고 편하게 즐기기 좋다. 같은 유럽 남부 지역이지만 이탈리아 음식과도 결이 다르다. 무엇보다 스페인 도시마다 특색 있는 다양한 타파스 요리는 최고의 미식 경험이다. 오직 타파스 만을 즐기기 위해 도시를 방문하는 투어가 있을 정도다.


질 좋은 하몽과 푸와그라(거위간) 등 각종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얹어 만든 타파스는 별미 중 별미다. 최근 바르셀로나와 빌바오를 방문해 만난 다양한 타파스는 와인과 맥주를 들이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타파스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얇은 빵 위 갖은 재료들을 얹어 먹는 요리가 많다.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도록 크기는 많이 크지 않다.

국내에도 스페인 음식점들이 많이 생겼다. 기억 하건데 가장 초창기 들어온 음식점은 예전 홍대 인근 (지금은 광화문과 가로수길에 있는) 엘플라토다. 엘플라토를 필두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스페인 음식점들이 문을 열었다.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곳은 강남 가로수길의 스페인클럽이다. 다양한 타파스 종류가 마음에 든다. 이태원 미마드레, 광화문 따빠마드레도 좋아하는 스페인 음식점이다.

빠에야는 물론 타파스 몇 종류 시켜 와인과 함께 즐기면 바르셀로나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조만간 스페인클럽이나 따빠마드레를 방문해 타파스와 와인을 곁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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