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세]달지 않은 옛날 돼지갈비가 그립다면?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9.03.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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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의 맛으로 보는 세상]6회 용산 용문시장 '용문갈비'

용문갈비의 먹음직스런 돼지갈비. 용문갈비는 옛날 갈비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몇 안되는 갈비집이다./사진=인스타그램 아이디 bobby_chung용문갈비의 먹음직스런 돼지갈비. 용문갈비는 옛날 갈비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몇 안되는 갈비집이다./사진=인스타그램 아이디 bobby_chung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음식은 균형이 깨졌다. 지나치게 달아졌기 때문이다. 요즘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에서부터 정식 요리까지 달지 않은 음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야 말로 설탕 과잉의 시대다.

어머니께서 요리를 만드실 때 설탕을 거의 쓰지 않으셨다 보니 밖에서 먹는 음식은 달디 달게 느껴 질 수밖에 없었다. TV에서 소문난 유명 맛집에서도 음식과 반찬들이 너무 달아 한번 맛본 후 젓가락이 다시는 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균형이 깨진 음식을 내는 식당은 내 맘 속의 맛집 리스트에서 곧바로 지워버린다.



문제는 최근 설탕을 너무 많이 쓰다 보니 달지 않아야 될 음식까지 모조리 달아졌다는 점이다.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되는데 인터넷 레시피를 찾아보면 설탕을 넣으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설탕을 과감하게 빼고 요리하면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나 더 맛있어지는 경우가 많다.

요즘 가장 좋아하지만 외식을 하면 언제나 실망하는 메뉴 중 하나가 '돼지갈비'다. 과거엔 간장과 설탕 비율이 1대 0.5가 채 안됐다. 하지만 현대인의 입맛이 단맛에 길들여 지면서 요즘은 간장과 설탕을 1대 1 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비율로 넣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너무 달다고 물어보면 "설탕을 많이 안 넣으면 손님들이 싫어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나라 음식이 달아지기 시작한 것은 본격적인 경제 성장의 과실이 나타나던 1990년대 들어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맛을 내기 위해 너도 나도 설탕을 마구잡이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2000년대 들어서는 대부분 음식점 음식이 달아졌다. 음식들이 자극적이고 더욱 매워진 것도 이때부터다.

숯불 위에 갓 올린 용문갈비의 돼지갈비. 달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맛이 옛날 돼지갈비 그대로다./사진=인스타그램 아이디 chanillee숯불 위에 갓 올린 용문갈비의 돼지갈비. 달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맛이 옛날 돼지갈비 그대로다./사진=인스타그램 아이디 chanillee
돼지갈비는 어릴 때부터 즐기던 대표적인 추억의 음식이다. 첫 번째 돼지갈비 시식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시 신촌 노고산동에서 돼지갈비집을 운영하시던 친척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다. 우리가 가니 무척 반가워 하시며 자리로 안내하고는 숯불 위에 바로 돼지갈비를 구워 주셨다. 처음 먹어본 천상의 맛에 넋을 놓았다. 그 후로 매번 지겨울 정도로 "노고산 할아버지댁엔 언제가요?"라고 묻는 게 일상이었다.


그때 맛본 돼지갈비는 은은한 숯불향이 감도는 균형 잡힌 맛이었다. 강력한 첫 경험 이후 돼지갈비의 맛은 이래야 한다는 경험칙과 같은 것이 뇌리에 박혔다. 그때부터 돼지갈비는 우리 가족의 가장 선호하는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지금껏 옛맛을 지켜오며 묵묵히 영업을 해온 집이 있다. 바로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 위치한 용문갈비다. 우연히 후배의 추천에 들렀다 양념을 최소화하면서 달지 않은 옛날 본연의 갈비를 마주하고는 한 눈에 반했다. 그 때부터 기회가 날 때마다 갈비를 먹고 싶을 때마다 들른다.

용문갈비의 가장 큰 장점은 설탕 맛을 최소화해 옛날 본연의 돼지갈비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1973년 문을 열어 46년째 내려오는양념비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간도 세지 않아 심심하다.

요즘 돼지갈비집에 가보면 갈비 부위는 조금만 있고 다른 부위의 고기를 양념해 내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집은 오직 돼지갈비 부위 만을 내놓는다. 대신 가격은 다른 돼지갈비 집보다는 약간 비싸다. 하지만 옛 맛을 꾸준하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마지막에 주는 동치미국수도 별미다. 부디 용문갈비가 오랫동안 영업해 옛 돼지갈비를 계속 맛보게 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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