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한 가판대. 시민들이 놓고 간 쓰레기가 쌓여있다./사진=박가영 기자
지난 19~20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종로구·마포구·서대문구 일대를 살펴본 결과 무단투기된 쓰레기들이 길거리에서 쉽게 발견됐다. 흡연 구역에는 수많은 담배꽁초와 담뱃갑이 나뒹굴고 있었고, 도로변 전력 개폐기에는 먹다 남은 음료가 담긴 일회용 컵이 놓여 있었다.
인근 대학교 학생 김모씨(21)는 "가판대 문이 닫혀 있으면 꼭 저렇게 쓰레기가 생긴다. 자연스레 놓고 가기 딱 좋은 높이라서 쉽게 버리고 가는 것 같다. 누군가 한 명 컵을 두고 가면 쓰레기가 쌓이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길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사진 왼쪽은 서울 종로구 한 흡연구역, 오른쪽은 서울 마포구 전력 개폐기 위./사진=박가영 기자
흡연자 고모씨(28)는 "흡연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지만,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 담배꽁초 처리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라며 "담배꽁초는 주머니에 넣었다가 버릴 수도 없다. 가까운 곳에 쓰레기통이 없으면 이따금 잘 안 보이게 배수로에 버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시민들은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부족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에 따르면 길거리 쓰레기통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실시 이후, 인근 상가·가정 등 무단투기, 청소·관리 인력 부족 등 이유로 감소했다. 서울시 길거리 쓰레기통은 1995년 7600여개에서 2015년 5100여개로 33%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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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뒹구는 쓰레기를 치우는 건 환경미화원의 몫. 이들의 고충 역시 만만찮다. 마포구에서 만난 한 환경미화원은 "쓰레기가 없는 곳이 없다. 아무 데나 버린다"라며 "특히 여름이 가까워지며 일회용 컵 쓰레기가 늘고 있다. 남은 음료를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음료를 처리하는 것도 일이다. 겨울철보다 2배 이상 작업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다. 남은 음료로 인한 악취와 벌레는 덤이다"라고 토로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별로 쓰레기통을 늘리거나 담배꽁초 전용 휴지통, 일회용 컵 수거함 등을 설치했지만 아직까지 크게 개선되진 않고 있다. 이에 쓰레기통을 늘리기보다 시민의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정모씨(28)는 "거리에 쌓인 일회용 컵, 담배꽁초를 보면 아직 우리나라도 시민의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홍보나 단속은 물론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