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계최대 외환보유액에도 달러 걱정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6.19 20:32
글자크기

수익성 떨어지는 기업,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달러 투입…실제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규모도 한계

中, 세계최대 외환보유액에도 달러 걱정하는 이유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가졌으면에도 달러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과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달러가 투입되고 있고, 금융 안정과 위안화 환율 관리를 위한 자산들을 감안한 때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 비중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매각은 중국 내에 달러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부추기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자산 매각의 최근 사례다. 안방보험그룹은 최근 맨해튼에 미분양된 고급 아파트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이 호텔를 콘도로 전환해 375채에 대한 구매자를 찾고 있다. 안방보험은 지난 2014년 19억5000만 달러(2조2942억 원)에 이 호텔을 인수했다. 안방보험은 차입 비율이 높은 다른 중국의 해외 투자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면밀한 감시 대상이 된 총 15개 보유 호텔을 모두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재벌 왕젠린의 다롄 완다 그룹은 2017년 이후 25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처분했고, 경영난에 처한 HNA그룹도 홍콩 내 토지, 도이체방크 지분, 힐튼 그랜드 바캉스와 자사 항공사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팔아야 했다. 중국의 거대 석유회사인 CEFC차이나에너지도 전 세계적으로 100개의 부동산을 매각하려고 한다.

수년 전까지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을 장려하다가 위험한 대출과 해외 진출 단속에 나선 중국 정부의 극단적인 변신은 경상 수지가 압박 받기 시작할 때 늘어날 부채의 이자와 원금을 갚을 수 있는 미국 달러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방증한다고 SCMP는 분석했다. 케빈 라이 다이와캐피털마켓 아시아 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 기업들은 달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3조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지만, 채무상환에 이를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유은행들이 이들 문제 기업에 이미 많은 돈을 대출했기 때문에 부도를 방치할 수가 없으며, 이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달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국을 연결하는 인프라 사업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대표 브랜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도 대부분 미국 달러로 자금이 조달된다. 중국은 이 사업에서 위안화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중국의 엄격한 자본 통제는 위안화 대체와 위안화 국제화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 네이선 차우 DBS그룹 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사용된 통화에 대한 공식적인 분석은 없지만 미국 달러 표시 조달이 주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한 분석가에 따르면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에 그동안 총 614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038년까지 추가로 5조 달러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최고인 3조 1000억 달러(3647조1500억 원)로 표면적으로는 달러 부족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수입과 부채 상환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다고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 중 많은 자산들은 중국 중앙은행이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고, 위안화 환율의 급격한 절하를 막는데 필요해 현금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마이클 에브리 라보뱅크 애널리스트는 "현실적으로 그들은 3조1000억 달러의 유동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나는 그들이 미국 채권을 보유액보다 약간 더 많은 정도로만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액 중 1조1000억 달러가 미국 국채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함께 연방정부 이외 정부 기관에서 발행한 채권에 2000억 달러 이상, 미국 기업 주식에도 2800억 달러 가량을 투자했다. 나머지 보유액은 중국투자공사의 자본금, 국부펀드, 일대일로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실크로드 펀드 등 비유동 자산에 투자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달러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환 자산 배분에 있어 투자 수익 극대화보다 안정을 유지하고 정치적 목표를 지원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중국 국유 은행들을 통해 비효율적이고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과 손실을 발생시키는 프로젝트들에 달러가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외 채무는 지난해 1조9700억 달러를 기록, 전년대비 12% 증가했다. 대부분 중국 기업들의 달러 대출 증가로 인한 것이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의 분석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투명성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프로젝트의 효율성과 효용에 대한 실질적인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