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보고서 못내는 中지방은행, '부실 우려' 커졌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6.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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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업보고서 아직 못낸 곳 19개 달해
자산규모 총 760조원, 상당 부분 악성 채무
5월 말 내몽고 바오상은행 정부관리 들어가
은행 간 거래 위축되는 등 투자자 우려 커져

중국 100위안권 지폐. /사진=로이터중국 100위안권 지폐. /사진=로이터


지난달 24일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내몽고자치구 기반의 바오상(包商)은행에 "심각한 신용 위험이 발생했다"며 예금자 보호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1년 기한의 정부관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은보감회가 부실한 시중 상업은행에 대한 관리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2003년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부관리가 끝나면 은보감회는 바오상은행 경영권을 국영 중국건설은행이 넘길 계획이다. 사실상 정부 주도로 부실 은행을 솎아내는 것이다.

바오상은행 정리 소식이 전해지자 은행 간 거래가 위축되는 등 중국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중국 중소 은행의 부실 규모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 아직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은 은행은 바오상은행을 포함해 19곳에 이른다. 이들의 자산 규모만 4조4700억위안(약 760조원),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악성 채무(bad debt)로 추정된다.

이 중 중국 랴오닝성 기반의 진저우(錦州)은행은 지난주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EY)의 담당 회계사가 갑자기 감사를 포기하고 회사를 떠났다. 일부 대출이 적법하게 진행됐는지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진저우은행 측이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자산이 1조4200억위안(약 241조원)에 이르는 중국 산둥성 기반의 헝펑(恒豊)은행은 자금 조달에서 양도성예금증서와 은행 간 거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유동성 충격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투자자와 시장 관계자들은 아직 사업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은 중국 지방은행 중 일부가 바오상은행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개입 확대와 중소은행의 추가 붕괴를 우려한다"고 전했다. FT는 이어 "사업보고를 연기한 은행들은 중국 금융시스템의 일부일 뿐이지만, 바오상은행 사례는 중소 은행의 위기가 어떻게 은행 간 거래에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중국 인민은행은 바오상은행에 대한 정부관리 발표 후 시장 안정을 위해 4300억위안(약 73조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도 "중국에서 지방의 중소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의 '탈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 정부가 인수하거나 다른 금융기관에 인수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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