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사이에… 머쓱해진 EU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6.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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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외교안보 대표, 이란 관련 구체적 답변 피해… 전문가들 "EU 딜레마에"

18일(현지시간)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왼쪽)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미국 워싱턴 D.C. 미 국무부 사무실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AFP18일(현지시간)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왼쪽)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미국 워싱턴 D.C. 미 국무부 사무실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AFP


미국과 이란 사이 갈등이 깊어지면서 유럽연합(EU)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란이 사실상 핵합의 파기 뜻을 밝힌 데다 최근 유조선 피격의 배후로 지목되며 이란과 미국을 중개해 온 EU의 입장이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 백악관 고위 관료 등을 만날 계획이다. 이는 지난 13일 오만해 인근 유조선 피격 사건 이후 미국과 EU 측이 갖는 첫 만남이다. 미국은 사건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고, 이란은 이를 부인했다.



앞서 전날 이란원자력청은 앞으로 열흘 안에 이란핵합의(JCPOA)에서 설정한 우라늄 비축 상한선(300kg)을 초과하고, 우라늄 농축 비율도 현재 핵합의에 설정된 값(3.67%)보다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핵합의 일부 파기를 스스로 선언한 셈이다. 이란은 2015년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 등 6개국과 이란의 핵 개발을 제한하는 협정을 체결, 우라늄 보유량·농축 한도 등의 상한선을 정한 바 있다. 이란의 발표에 미 국방부는 중동에 1000명을 추가 파병하며 맞대응했다.

전문가들은 EU가 현 상황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5월 미국이 핵협정을 일방 파기한 뒤 대이란 제재 수위를 높이고 여기에 이란이 반발하면서, 2015년 핵합의를 주도했던 EU 주요국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게리니 대표는 전날 열린 EU 외교장관회의에서 이란의 발표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현재 이란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핵합의를) 준수하고 있다"면서 "이란이 계속해서 이를 준수하기를 강하게 희망하고, 격려하며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핵합의를 지속하기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비난이 아니라 합의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러시아 등 다른 핵합의 서명국이 나서지 않는 이상 EU가 이란에 제공할 만한 경제적인 인센티브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유럽 기업은 미국의 제재 때문에 이란을 꺼려하고, 영국·프랑스·독일 3개국이 이란과 합법적 거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 스텍스(INSTEX) 금융 채널은 아직 가동되지 않은 상태다. 가동되더라도 제재를 받지 않는 식품·의약품 분야 등에만 허용될 예정이다.

게다가 핵합의에 서명한 EU 개별국들은 이란에 대해 서로 엇갈린 반응을 내고 있다. 영국은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사실은 거의 분명하다"며 미국의 주장에 동조한 데 비해, 헤이코 마크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이 공개한) 동영상은 증거로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다만, 엘리 제란마예 이란 분석가는 "EU 국가마다 차이가 있더라도, 이란과의 긴장 유지와 핵합의 지지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는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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