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 당한 아베…이란방문 중 중동서 日유조선 피습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6.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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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트럼프 메시지 읽자 이란 지도자 '단칼 거절'...일본 유조선까지 피습 당해 망신 당한 꼴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1년만에 이란을 방문해 미국과 이란간 갈등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이란측이 단칼에 거절한 데다가, 방문 도중 공교롭게도 일본 소속 유조선이 공격받는 등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미국과 이란은 이를 두고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어, 일본에선 이번 외교 성과에 대해 "아베가 찬물을 뒤집어 썼다"거나 "성과가 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라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 해운업체 고쿠카산업 소속 고쿠카 코레이저스호와 노르웨이 선사 프런트라인 소유 프런트 알타이르호가 이란과 가까운 오만해에서 어뢰 공격을 받았다.



3번의 폭발이 발생한 프론트 알타이르호는 화염에 휩싸이며 선원 23명 모두가 긴급 탈출했다. 이들을 구조한 건 한국 현대상선 소속 현대두바이호로 알려졌다. 고쿠카 유조선 선원 21명도 피습 직후 배를 포기하고 대피했다. 두 척의 선원 44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돼 부상 1명외 피습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하메네이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했는데, 로이터통신은 "하메네이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듣자,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전한 말은 "미국은 이란의 정권을 교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일본 산케이 신문도 하메네이가 "총리의 열정은 의심치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메시지를 교환할 만한 상대가 아니다. 트럼프에 대답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갈등 중재마저 거절당한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피습 소식마저 전해지면서 아베 총리는 사실상 외교적 망신만 당한 처치가 됐다. 피습 소식 이후 이란측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작"이라고 비난 성명을 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맞대응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아베 총리가 이란에 간것은 고맙지만, 개인적으로 협상 타결을 생각하는 것조차 너무 이르다"면서 "그들은 준비가 안됐고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동참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을 마치고 "큰 전진이다"라며 애써 성과를 치켜세웠지만, 일본 내부의 반응도 차갑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역사적인 방문이 찬물을 뒤집어 쓴 모양이다"라고 했고, 일본 여당 자민당 내부에서도 "이번 회담을 성과라고 말하면 거짓말이 아니냐고 야당이 추궁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NHK는 "긴장 완화를 위해 이란을 방문한 아베 총리가 일격을 맞은 셈이 됐다"고 전했다.


이란 방문 일정을 마친 후 14일 오전 전용기편으로 일본에 귀국한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긴장 완화를 향한 길은 매우 곤란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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