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트럼프에 대답할 가치 없어"…메신저 아베는 '뻘쭘'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6.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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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 하메네이, 미국과 핵 재협상 거절… "트럼프와 대화할 가치 없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만나 이란 핵협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만나 이란 핵협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13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에 "응답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란과 미국의 입장차만 더욱 부각된 셈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베 총리는 약 50분간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만나 이란 핵 협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단호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이란에 왔다"며 이란 방문 목적을 설명하자, 그는 "트럼프는 메시지를 교환할만한 상대가 아니다. 미국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핵합의를 다시 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미국과 5~6년간 핵문제를 협상해 이란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성사시켰지만 미국은 탈퇴해버렸다. 이란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으며 미국과의 쓰라린 경험을 결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나라도 압박을 받으면서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미국은 이란의 정권을 교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은 단지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거짓말이다. 미국이 이란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면 진작에 그렇게 했겠지만 그들은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고 답했다. 또 우리는 핵무기를 반대하고 이미 종교적 칙령으로 이를 금지했다"며 "우리가 핵무기 개발을 원하면 미국은 이를 막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아베 총리가 "미국은 이란과 기꺼이 솔직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전하자 "우리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트럼프와 정직한 협상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사실 정직한 미국 관리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또 미국의 제재가 이란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미국과 대화하면 이란이 발전할 것"이라며 거듭 대화를 권유했지만 그는 "알라의 가호로 미국과 협상하지 않고도 우리는 번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미국의 입장을 전하는 아베 총리에도 경계를 표했다. 그는 "일본은 중요한 아시아 국가로서 이란과의 관계를 확대하려면 다른 나라들이 그랬던 것처럼 확고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미국이 모든 나라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할 것을 요청한 지난달까지만 해도 일본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란 비판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개인적으로 이란과 협상하는 것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느낀다"며 "그들은 준비되지 않았고,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 기간 중 벌어진 유조선 피격 사건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날 오만해에서 피격된 유조선 두 척 모두 일본과 관련된 석유화학 원료를 싣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고 이란은 즉각 부인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미국 및 동맹국 일부와 이란 간 갈등 고조로 이미 불안정하던 지역을 휘저었다"며 "세계 원유 상당량의 핵심 수송로에 긴장이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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