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 200만명 시위 끌어낸 '실종' 사건들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06.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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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풍자책 팔던 홍콩출판사 관계자 2차례 잡혀
中 억만장자, 홍콩서 사라져 '일국양제 위반' 논란도

주최측 추산 200만명이 모인 16일(현지시간) 홍콩의 '반 송환법'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우리를 죽이는 것을 멈춰라(Stop Killing Us)'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주최측 추산 200만명이 모인 16일(현지시간) 홍콩의 '반 송환법'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우리를 죽이는 것을 멈춰라(Stop Killing Us)'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9일(현지시간) 홍콩에선 100만명 넘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를 외쳤다. 이후 당국이 법안 심의를 무기 연기하면서도 불씨는 남겨두자, 16일에는 200만(주최측 추산) 홍콩 시민들이 거리를 메웠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결국 공식 사과까지 했다.

개정 추진 중인 송환법은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지역에 범죄자를 보낼 수 있게 하려는 것으로,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홍콩인 사건으로 인해 논의가 시작됐다. 홍콩인이 우려하는 것은 중국 본토로의 송환이다. 거리에 나선 이들은 '우리를 죽이는 것을 멈춰라(Stop Killing Us)'는 팻말을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주장할까?



홍콩을 식민지배하다 1997년 중국에 반환한 영국도 이번 일에 주목한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12일 홍콩정부가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를 유지하고 시민들의 권리를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환에 앞서 영국과 중국은 '홍콩이 2047년까지 정치, 입법, 사법체제의 독립성을 보장받는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최근 영국BBC는 '중국 용의자 인도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몇 가지 과거 사건들을 전했다. 홍콩인들의 우려를 낳은 일들이기도 하다.



16일(현지시간) 홍콩의 '반 송환법' 시위에서 한 시민이 영국의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16일(현지시간) 홍콩의 '반 송환법' 시위에서 한 시민이 영국의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1. 홍콩 출판업자 구이민하이
지난 2015년 홍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외설 풍자책을 팔던 출판사 관계자 5명이 잇따라 실종된 일이 있었다. 중국 당국에 잡힌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이후 차례로 돌아왔지만 구이민하이는 현재도 중국에 구금돼 있다.

스웨덴 국적자인 구이민하이가 처음 사라졌을 때 그는 태국에 있었다. 이후 중국 관영TV에는 그가 "(2003년 중국에서 낸) 교통사고 일을 자수했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2017년 10월까지 복역한 그는 석달 뒤인 2018년 1월 다시 체포됐다.

당시 구이민하이는 중국에서 스웨덴 대사 2명과 함께 이동하고 있었지만 경찰에 붙잡혔다. 현지 언론은 그가 스웨덴 정부의 음모에 걸려들어 국가기밀을 해외로 전하려 한 것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구이민하이의 최근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2. 홍콩서 사라진 중국 사업가 샤오 지엔화
수백개 법인을 거느린 투모로우 그룹을 세운 억만장자 샤오 지엔화는 2017년 1월 사라졌다. 장소는 홍콩이다. 당시 포시즌스 호텔에 머물렀던 그는 중국 측에 의해 끌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당시 그가 머물던 호텔 28층에 5명의 남자가 새벽 1시경 찾아갔으며 두 시간가량 지난 뒤 그를 데리고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가 사라진 곳이 자치지역인 홍콩이기 때문에 중국의 공안이 강제로 샤오를 끌고 간 것이라면 규정 위반이 된다. SCMP는 "샤오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홍콩을 떠났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힌 홍콩당국의 얘기를 덧붙였다.

그가 사라진 뒤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했지만 다음 날 이를 취소해 의문을 낳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이후 샤오 지엔화는 자신이 치료차 해외에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다. 중국 당국은 그에게 주가조작, 뇌물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3. 왕빙장 "신변 위협 느낀다"
민주화 운동가인 왕빙장은 1980년대 캐나다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해외에서 '중국의 봄'이라는 반중 잡지를 창간하고 1998년 중국민주당을 만들기도 한 그는, 2002년 민주화 운동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베트남으로 갔다가 실종됐다.

중국 당국은 베트남에서 납치당한 왕빙장을 구출했다면서 이후 그를 간첩죄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그가 대만의 간첩으로서 활동했다는 것이다.

2003년 2월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인 왕빙장은 지난해 말 가족에게 신변의 위협을 받는다고 호소한 사실이 전해졌다. 캐나다 국적의 딸은 올해 초 그를 만나러 중국으로 갔지만 입국이 거부돼 한국에 잠시 머물렀다. 이후 이 딸은 캐나다로 돌아가는 도중 경유지인 베이징공항에서 일시 억류되기도 했다.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4. 옥중 사망한 펭밍
앰네스티(Amnesty,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인권운동가인 펭밍은 1999년 18개월의 노동교화형을 받고 복역했다. 이후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중국연방임시위원회'와 '임시정부'를 세우고 중국 본토의 일당 체제를 끝내는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2004년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미얀마를 찾았다가 납치돼 중국으로 이송됐다. 중국에서 그는 종신형을 받았으며 이유는 테러조직 운영, 위조지폐 보유 등이다.

펭밍은 2016년 감옥에서 사망했다. 교정 당국은 그가 TV를 보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고 밝혔다.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이 이유를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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