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소도시서 HIV 무더기 감염…대부분이 2~5세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6.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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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소도시 라토데로 주민 2만6천명 중 761명 HIV 감염…대부분은 2~5세 아동

파키스탄 남부의 소도시 라토데로 진료소에서 HIV 감염 여부 조사를 위해 아이의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사진=AFP파키스탄 남부의 소도시 라토데로 진료소에서 HIV 감염 여부 조사를 위해 아이의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사진=AFP


파키스탄 남부의 한 작은 도시에서 주민들이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무더기로 감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주사기 재사용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감염자 수가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어 당국은 추가 원인을 조사 중이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주간 파키스탄 남부 신드 주(州)의 소도시 라토데로에 있는 주민 2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HIV 감염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총 761명이 HIV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 중에는 2~5세의 아동 623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HIV에 감염되지 않은 상태였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현지 소아과 의사인 무자파르 간가로를 체포했다. 그는 소독하지 않은 주사기를 계속해서 사용하며 아이들을 치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고의가 아니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 역시 HIV에 감염된 상태다.

WHO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충격을 나타냈다. WHO측은 의사 한 명에게 이번 집단 감염의 원인을 모두 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마리암 유누스 WHO 파키스탄 지부 대변인은 "아직까지 집단 감염의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당국은 인근 도시까지 HIV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파키스탄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꼽고 있다. WSJ는 "파키스탄이 국내총생산 대비 의료비 지출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라고 전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2016년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2.753%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보다 낮다.

신드 주 보건당국은 무면허 의사가 운영하는 500여개의 병원과 미등록 혈액은행 3곳 등을 폐쇄했다. 당국은 갑작스러운 HIV 감염자 발생에 따라 인도 등에서 항바이러스제 등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WHO는 내년까지 파키스탄 환자들을 위한 HIV 치료제 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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