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3000여 명의 변호사들이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행진했다. /사진=로이터
6일 홍콩자유언론(HKFP) 등에 따르면 이날 수천명의 홍콩 법조인들은 이 같은 침묵시위를 벌였다. 홍콩변호사협회의 이사회 멤버인 로렌스 록 변호사는 "홍콩 법치주의가 큰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는 법조계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현행 법체계는 중국을 비롯해 홍콩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의 사법당국에 범죄 용의자의 신병을 넘겨줄 수 없다는 허점이 있다"며 "새 법안을 통해 허점을 틀어막아 홍콩이 범죄인들의 피난처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홍콩 거주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했지만, 용의자 신병을 대만에 넘겨주지 못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홍콩 시민들이 중국 경찰 옷을 입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1997년 영국이 중국에 반환한 홍콩은 특별행정구로서 2047년까지 사법자율권이 보장돼 있다. 홍콩변호사협회는 "홍콩 반환 20년이 지나도록 중국 본토와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나 실수가 아니다. 그만큼 중국 본토의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반대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을 지낸 영국의 정치인 크리스 패튼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을 통해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은 법치주의, 홍콩의 안정과 안보, 국제적 무역 허브로서의 홍콩 위상에 끔찍한 타격을 주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법안이 홍콩의 법치주의와 공산주의 중국의 법적 개념 사이를 구분하는 방화벽을 제거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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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위원회(USCC)' 보고서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에 기업인이나 군인이 임의로 억류, 체포된다면 경제, 군사 중심의 국제항구도시였던 홍콩의 명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 법안' 상정을 둘러싸고 범민주파와 친중파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AFP
하지만 시민사회와 법조계는 홍콩인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 조치를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기소된 홍콩인이 현지 사법당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이의를 제기하고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12일 '범죄인 인도법' 상정을 사흘 앞둔 9일에는 홍콩뿐 아니라 런던, 베를린, 뉴욕,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시드니, 벤쿠버, 토론토, 멜버른, 브리즈번 등 세계 12개 도시에서 법안 반대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HKFP는 "이번 주말 홍콩에서만 30만명이 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